현지윤 교무
현지윤 교무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출생신고도 돼 있지 않아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는 무심히 흘리고 싶지 않았다. 영화감독이 된다면 버려진 아이의 시선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방송국 조감독으로 일했던 신인인 그의 작품을 눈여겨봐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영화감독이 된 후에도 제작을 맡은 회사의 부도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완성까지 15년이 걸린 영화 ‘아무도 모른다’라는 1987년 일본에서 실제 일어난 ‘아동 방치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대표작이다. 본인이 하고 싶었을 때 만들었다면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었을 텐데, ‘영화란 태어나기 위한 시점에 태어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감독. 모든 것이 그런가 보다. 때가 되면 꽃 피듯. 

영화 속 엄마는 겨울이 되면 돌아오겠다는 편지를 남기고 사라진다. 보호자가 떠난 자리에서, 네 명의 아이들은 그들 나름의 삶을 산다. 돈이 떨어지면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니고, 물이 떨어지면 물을 구할 수 있는 공원을 향한다.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의 삶은 무척이나 위험천만하지만 영화 속, 세상은 그들의 놀이터다. 그 자신도 어린, 맏이는 꽤 능숙하게 동생들의 보호자 역할을 대신한다. 숨죽여 영화를 보다, 막냇동생의 시신을 여행 가방에 넣어 공항 언저리에 묻는 장면에서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어떻게, 아무도 모를 수 있는지 먹먹함이 밀려든다. 너무나 철이 없는 어른, 있어야 할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 어른. 영화 속에만 있었으면 좋겠는데…. 우리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영화보다 더 아픈 아이들이 있다는 현실이, 여전히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슬프고 두렵다. 

6.25 전란 중, 수많은 고아를 거두어 돌본 고아들의 어머니. 1·4후퇴 때 서울에 있던 고아 3천 명을 미군 수송기로 제주도로 후송해 키워낸, 영화 ‘전송가’의 실제 인물. 개인적 아픔을 묵묵히 견디며, 보살피는 모든 아이에게 넘치는 사랑을 전해 줬던 여인. 오랜 세월 한국보육원을 이끌었고, 남들은 삶을 정리하는 70세에 보람된 짐이라며 여학교를 만든 품격. 황온순 휘경학원 설립자 이야기다. 

대산종사는 선진은 후진을 가르치는 것이 의무인 동시에 인생의 고귀한 가치니, 자기 자녀에게만 국집하지 말고 개인이나 국가나 세계가 다 같이 교육기관을 많이 설치해 가르치는 정신을 양성하라 한다. 또, 세상은 나 혼자만 잘 살 수 없는 것이니, 나와 내 가정이 잘 살려면 먼저 남과 이웃이 좋아져야 함을 깊이 각성하고, 불보살의 희생적 대자대비의 정신을 체 받아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 했다. 

6월 29일, 팔타원 황정신행 종사 열반 16주기 기념일이다. 세상을 향한 따뜻한 모성애로 타자녀 교육을 실천한 소중한 유산을 이어받아 실행함이 진정한 공도자 숭배이니, 오늘의 우리도….

/휘경여자중학교

[2020년 7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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