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보 교무
신은보 교무

[원불교신문=신은보 교무] 지난 주 몸에 붙은 귀신을 내쫓는다며 주술 행위를 하다 20대 여성을 숨지게 한 무속인과 피해자 아버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우울증을 앓던 딸이 귀신에 들렸다고 생각하여 주술 행위를 의뢰하였고, 나흘간의 끔찍한 가학행위를 한 것이 끝내 한 젊은 여성의 목숨을 앗아갔다. 해마다 끊임없이 이 같은 무속인들의 퇴마의식을 둘러싼 사건과 의혹들이 제기되어왔다. 

무속에서는 예부터 질병과 액운은 귀신과 연관되어 있으며, 이를 위해 치병굿이나 비방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퇴치시켜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 중 구타법은 귀신이 씌인 사람에게 구타(毆打)를 가함으로써 귀신을 물리치는 방법으로, 환자의 몸에 심한 고통을 주어 귀신을 물러나게 하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새로운 시대를 직면한 현재, 그들에게만 은밀히 전수되는 이러한 ‘비방(秘方)’이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은 대중들의 불안을 먹고 그 몸집을 키우고 있다. 한 해를 점치기 위해 조금은 가볍게 보던 신년운세가 이젠 내일도 장담하지 못하는 현재를 버티는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달 한국문화재재단은 창립40주년 기념 특별공연으로 ‘쉘 위 풍류’를 개최했고, ‘손님풀이’(진도씻김굿 중 한 거리)등 역신을 고이 보내는 굿을 올리는 행사를 진행했다. 우리의 전통문화 속에서 사람과 천지를 감동시키는 힘을 발휘할 때인 것은 자명하나, 과연 역사 속 처용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역병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스럽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비방은 무엇일까? 

시대가 변하여도 그 시대마다 앓고 있는 병들이 있었고, 이를 다스리기 위한 종교의 노력 또한 병의 다양화만큼 진화해왔다. 정산종사는 이러한 병의 치료를 위하여 과거의 ‘비방’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했다. 신년 초에 우리의 전통문화 속에서 소위 ‘비방’으로 해오던 고경을 읽는 문화에 대하여 경을 읽는 자가 단지 입으로만 읽고 그 경의 본의를 알지 못한다면, 모든 행사가 한갓 일종의 미신에 지나지 못하여 도리어 현 사회의 배척을 받게 되는 맹목적 의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경은 신년 벽두(劈頭)에 승려나 장님을 청해다가 하루 밤 사이에 다 읽는 경이 아니라 각자 자신이 매일매일 읽으며, 소리만 내어 읽는 경이 아니라 또한, 묵묵한 가운데에 마음만으로도 읽는 경이며, 시간을 잡아서 책상머리에서만 읽는 경이 아니라 동정 간 모든 경계를 따라 염두에 항상 읽는 것이니, 누구든지 이 경만 잘 읽으면 먼저 자신의 재액을 보내는 동시에 가정, 사회, 국가의 행복을 아울러 오게 하는 것임을 밝혔다.

사람과 천지를 감동시키는 것은 한갓 귀신에 제사하는 독경도, 미신에 따르는 독경도 아닌 우리의 목전에 그 공덕이 나타나게 하는 독경이어야 함을 당부한 것이다. 매일, 몸과 마음으로, 동정 간 모든 경계 속에서 경을 새기고, 경에 반조하는 것이 우리의 비방이며, 재앙과 재액으로부터 해원하는 방법임을 환기해야 한다.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7월 3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