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윤 교무
현지윤 교무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일생에 한 번뿐인 중학교 입학식, 5월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학생들은 교실 TV로 교장 선생님과 환영 인사를 나눈다. 얼굴을 마주한 적 없이 온라인으로만 만났던 신입생들의 첫 등교, 많이 기다렸다. 어설프게 입은 교복, 마스크를 끼고 열화상 카메라를 통과하는 긴장한 모습이 귀엽다. 

하루 종일 마스크 끼고 생활하는 아이들도, 수업하는 교사들도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긴 숨을 내뱉는다. 애로사항 하나 더. 2·3학년 재학생들의 경우, 마스크를 착용해도 단번에 누군지 알아본다. 눈만 봐도, 심지어 눈병으로 한 쪽 눈에 안대를 한 학생도 안다. 반면 입학 후 지금까지 마스크 벗은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신입생은 아무리 봐도 구분이 안 돼 이름을 부를 수 없다. 개인 면담 시간에 잠깐 마스크를 벗는데, 예상한 얼굴과 사뭇 다르다. 나도 모르게 마스크 너머의 얼굴을 짐작해 그리고 있었나 보다. 

어디 겉모습뿐이랴. 때로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과 느낌, 감정을 넘겨짚어 판단하고 평가 하며 충고하고 조언한다. ‘넘겨짚다’, ‘남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하여 뚜렷한 근거 없이 짐작으로 판단하다’라는 뜻이다. 

‘마음밭 가꾸기’는 명상과 유무념 공부, 학습 계획과 감사일기로 구성된 휘경 학원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개인 면담 시간, 한 아이가 ‘마음밭 가꾸기’를 왜 하는지 모르겠고, 종교적인 것 같아서 싫다고 한다. 이런 신입생, 꼭 있다. 공들이는 프로그램이라 부정적인 말을 들으면 서운한 마음이 먼저 든다. 다년간 서운했고,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기에 이제는 물어본다. 왜 싫은 마음이 났는지, 어떤 부분이 종교적으로 느껴졌는지.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찬찬히 들어본다. 무슨 말을 하는지 두고 보자 하는 마음으로 참고 듣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행동이나 감정에 이유가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묻고 듣는다. 

아이는 기도하면 늘 하나님을 만나는데, 명상을 하면 괜히 하나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했다. 매일 교회 공부방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아이가 경험한 세상, ‘그랬구나.’ 마음에 스민다. 하나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니, 그 마음도 귀하다. 아침 명상 음악이 나오면 마음을 차분히 하고 하나님을 떠올려보라 했다. 기도해도 좋다 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아이는 정말 그래도 되냐 묻는다. 긍정의 미소에 아이가 안심한다.

공감은 상대방과 나를 보호한다. 공감을 잘하려면 잘 물어봐야 한다. 상대방의 생각을 물어보기도 전에 단정 짓는 것은, 그것이 설사 다정하고 따뜻한 말투라 해도 진정한 공감이 아니다.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하기 전, 아직 모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아는 것이 없다면 넘겨짚지 말고, 물어보자. 공감은 거기서 시작된다. 아이가 방을 나서며 묻는다. 선생님은 명상하며 선생님의 하나님을 만나느냐고….

/휘경여자중학교

[2020년 7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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