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철 교무
조경철 교무

[원불교신문=조경철 교무] 인류 문명은 산업혁명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눈부신 발전을 이뤄 왔다. 단계별 산업혁명 직전과 직후의 차이는 그 전의 같은 기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격차를 보이며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 냈다. 

그 변화의 속도와 격차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단계에 이르러 최고조에 이르며 그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인류에게 엄청난 혼돈을 가져오기도 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무색할 정도로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인류는 지금껏 살아온 시간과는 너무나 다른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여기에 코로나19의 출현은 과히 핵폭탄급 충격파로 전 인류를 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형국이다.

어제까지 너무나 당연했던 일상이 이제는 상상할 수 없는 옛일이 되어버린 오늘에 망연자실하고 있는 인류 앞에, 다가오고 있는 미래가 더욱 가혹한 것은 다시는 어제의 일상으로 돌아 갈수 없다는 사실이다.

인류 역사상 처음 겪고 있는 이 펜데믹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그리고 유일한 해결책의 키워드는 ‘변화’이다. 그것도 한두 가지를 바꾸는 정도의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그동안 인류 문명을 지탱해 온 시스템 자체를 완전히 뒤집는 개벽 수준의 변화를 선택하지 않고서는  인류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는 대 전환의 위기상황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인류는 문명의 전환기를 거치며 생존을 위해 ‘나’라는 개인에서 ‘우리’라는 조직을 만들어 지금까지의 역사를 이룰수 있었고 현대사회의 대표적인 조직이 바로 ‘국가’이다. ‘개인’으로서의 국민의 생명과 행복을 지켜주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가 코로나19 앞에서 시험대에 서 있다. 

코로나19로부터 국민을 지켜내지 못한 국가는 존재 자체가 흔들리고 있으며 코로나19 이후에 어떤 조직이 ‘국가’를 대신할 수 있을지 우리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오랜 역사를 통해 위기 때마다 새로운 영웅이 또 다른 조직을 만들어 냈고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 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종교의 지도자 역시 환란의 시대에 인류에게 정신문명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며 새로운 교단의 문을 열어 구원의 손길로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 왔다. 조직은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플랫폼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가치와,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플랫폼이 전도되고 변질되어 구성원의 행복 구현을 위한 가치는 온데 간데 없고, 플랫폼의 역할을 해야 할 조직을 유지하고 번창시키는 일에 오히려 구성원의 행복이 저당 잡히는 이상한 모양새 속에 인류는 혹사당하고 불행의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국가는 국민의 안녕과 행복구현을 위한 조직이다. 그 사명을 실현하지 못하는 국가는 존재의 의미가 없으며 국민에 의해 소멸되고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질 것이니 세계의 지도자들은 반드시 명심해야 할 일이다.

우리 원불교는 수많은 종교 가운데에서도 소태산 대종사의 ‘개벽’의 메시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인류 구원을 주창해 온 교단으로서, 지난 100년간 교단이 걸어온 발자취 속에 개벽의 몸부림이 얼마나 있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지금은 우리뿐 만이 아니라 세상 모두가 ‘개벽’을 소리쳐 외치고 있다. 우리가 외쳐온 ‘개벽’의 소리를 들어서가 아니라 ‘개벽’이 아니고는 인류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막다른 길에 다다른 것이다. 

나에게 물어본다. 암흑의 시기에 ‘개벽’의 깃발을 높이 세우셨던 소태산 대종사의 후예로서 지금 과연 누구를 위한 개벽을 소리치고 있으며, 무엇을 위한 개벽의 몸짓을 하고 있는가?

/군산교당

[2020년 7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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