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익 원로교무
오광익 원로교무

[원불교신문=오광익 원로교무] 글자와 단어를 풀어보면 ① 無:없을 무. 없다. 아니다(=非). 아니하다(=不). 말다, 금지하다. 따지지 아니하다. ② 時:때 시. 때. 당시, 그때. 기한, 기회. 때마다, 늘. 때를 맞추다. ③ 處:곳 처. 곳, 처소. 때, 시간. 지위, 신분. 일정한 표준. 살다, 거주하다. ④ 無時;주로 ‘무시로’, ‘무시에’로 쓰이어, ‘일정(一定)한 때가 아닌 아무 때’의 뜻이다. 정해진 때가 없는 것이요(不定時), 수시(隨時)이다. ⑤ 無處:‘…데가 없다’. ‘…곳이 없다’라는 뜻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하늘과 땅이 게으름을 부렸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없고, 해와 달이 오가기싫은 꾀를 부린적이 없으며, 우주의 진리가 장벽을 막아놓고 머물거나 쉰적이 없다. 이것이 무시(無時)이요 무처(無處)이다.  

반면에 사람은 게으름을 피워서 하기 싫으면 안 하고 쉬며, 이익이 되고 소득이 된다면 죽을 힘까지 다하여 하려고 애를 쓴다. 다시 말하면 쉬었다가 했다가, 갔다가 왔다가, 잠자다가 깨었다가하는 등의 반복을 거듭거듭해 일정하고 꾸준함이 없기 때문에 공불공(功不功), 성불성(成不成)에 차질이 있게 된다. 

따라서 사업하는 사람이나 수도하는 사람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오직 정성(精誠)이다. 세상 사업에 정성을 다하면 공을 이루지 못하는 바가 없는 것이요(世事盡誠 無所不成功), 수도하는 사람이 정성을 다하면 서원을 이루지 못하는 바가 없는 것이라(修人盡誠 無所不成願)고 할 수 있다. 

또한 우주지리(宇宙之理)는 무소불변(無所不變)이요 무소불역(無所不易)이다. 그러므로 흘러가는 시간은 있을지언정 멈춰지는 시간은 없는 것이요, 어떤 처소(處所)나 형상(形象)도 멈춰지거나 숨겨진 것은 없다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볼 때 무시(無時)는 곧 시간를 재량(裁量)할 수 없다는 것이요, 무처(無處)는 곧 공간을 측짐(測斟)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정시(定時)도 없고 정처(定處)도 없기 때문에 무시무처(無時無處)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공부하고 수행하는 사람은 시간과 장소를 정할 필요가 없이 행주좌와(行住坐臥)와 어묵동정(語默動靜)의 어느 때, 어느 곳이든지 내가 누리는 것이 시간이요 내가 처하는 곳이 법당이기 때문에 무시공부, 무처공부가 이뤄지는 것이요, 무시수행, 무처수행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송(頌)하기를
무시삼학습(無時三學習)  때가 없이 삼학을 익히고
무처사은시(毋處四恩施)  곳이 없이 네 가지 은혜 베풀며
원리심중각(圓理心中覺)  둥근 진리 마음 가운데 깨달으면
자연불조위(自然佛祖爲)  자연스럽게 부처 조사가 되리라.

/중앙남자원로수양원

[2020년 7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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