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보 교무
신은보 교무

[원불교신문=신은보 교무] ‘New Normal’ 새롭게 보편화된 사회·문화·경제적 표준을 의미하는 시사용어이다. 2004년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으나, 현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시대와 달라진 사회변화를 포괄하는 의미로 활용하고 있다.

New라는 단어에서 짐작하듯 기존의 상황이 반복되거나 다시 회복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사회문화적 상황과 현상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교무님 코로나 언제 끝날까요? 원래대로 언제쯤 돌아가나요?” 이런 질문을 받게 될 때 마음이 무거워진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대답해줄 경우 낙담하거나 부정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라는 대답을 순순히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2020의 원더키디’, 서기 2020년의 미래와 우주의 이야기를 다룬 공상과학 애니메이션으로 1989년부터 방영하여 많은 어린이들에게 사랑받았다. 오토레일이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귀에 이어폰을 장착한 채 한손에 작은 무전기를 들고 송신을 하던 주인공의 모습이 지금 현실화될 줄 누가 알았으랴. 지하철 환승이나 공항에서 쉽게 오토레일을 이용할 수 있으며, 귀에 이어폰을 꼽은 채 통화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제 너무 당연해져서 더 새로울 것이 없는 2020의 원더키디를 살아가는 우리 삶의 변화는 불과 30여년 정도 차이가 날뿐이다. 곧 100세를 앞두신 외할머니께서는 입버릇처럼 내가 죽어야 느그들이 편할텐데라고 하시지만 그 속내에는 건강하다면 오래 살고 싶은 바람이 가득하다. 그 이유를 여쭈니 “지금 세상이 너무 좋아서 빨리 죽기 아까워. 맨날 새로운게 나오는데 신기하고 재미있고 살기 좋잖아”라고 답했다. 새로울 것이 없다면 계속 살고자하는 그녀의 바람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가장 가혹하면서, 가장 혁명적으로 새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지 모른다. 사상이나 철학 등의 형이상학적 개념들로 시대를 맞이하는 것보다 몸으로 부딪히며 경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4차 산업혁명, IT혁명, 로봇혁명, 바이오테크놀로지 등 예상된 이슈로 차분히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맞아들일 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코로나19로 인해 강제변혁을 시도해야하는 상황에 처하고 나니, 등 떠밀린 변화에 우리는 당혹스럽다. 

“우주는 성·주·괴·공으로 변화하고… 너의 육신 나고 죽는 것도 또한 변화는 될지언정 생사는 아니니라.” 태어났다가 죽는 것은 우리 주위에서 보는 유기적 생명체만의 일이 아니다. 작게는 유기 생명체에서부터 크게는 우주의 그 모든 것에 이르기까지, 하나도 예외없이 인연따라 생겼다가 인연따라 흩어지게 된다. ‘변화는 될지언정 생사는 아니라’는 대종사의 말씀대로 변화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 이를 통해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그 정신을 체받는 것이며, 미래를 개척하는 지혜로운 주체가 되는 길이다. 변화가 두렵다고 돌아오지 않을 일상을 하릴없이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된다. 일상, 더 이상 두려운 대상이 아닌 새롭게 맞이할 설레이는 미래인 것이다.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8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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