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보 교무
신은보 교무

[원불교신문=신은보 교무] 빛을 되찾다라는 뜻의 ‘광복’, 올해로 우리나라는 광복을 맞이한지 75주년이 됐다. 긴 장마 후 부쩍 더워진 날씨에 17일까지 임시공휴일로 지정돼 연휴계획을 세운 사람들에게 뜻밖의 고마운 날로 기억되는 달력의 빨간 날. 그나마도 TV에서 기념식이나 관련 다큐멘터리, 특선영화를 보며 그 아픔과 기쁨에 함께 울고 웃던 기억이 밀레니엄 세대에게서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추억이 돼버렸다. 이제 광복절은 우리에게 그저 쉬는 날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원기26년, 태평양 전쟁이 발발해 전국이 소란한 중에 총독부는 불법연구회를 이 기회에 해산시키느냐 아니면 앞잡이로 이용하느냐 논란하다가 결국 황도불교로 이용하기로 결정하고 불같은 지시를 내렸다. 대종사는 이를 끝내 미루어 오다가 해방 2년을 앞두고 결국 열반의 길을 택하고 말았다. 대종사 열반하자 일제는 더 이상 신경쓰지 않으려 했다. 대종사가 열반했으니 제자들의 종권 다툼으로 인해 불법연구회는 자동적으로 분열되어 지리 멸렬할 것이라고 짐작하고 내버려 두기로 한 것이다. (대종경선외록 21. 교단수난장 15절)

어쩌면 일제의 탄압과 수탈, 감시로부터 제자들을 지키고자 했던 스승님의 결심이지 않았을까 숙연히 그 뜻에 고개를 숙여본다. 이로 인해 일제는 자연히 소멸할 불법연구회로부터 점차 관심이 멀어지게 됐고, 대종사의 유언을 지켜나간 교단은 기적같이 현재 한국의 4대종교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8.15 광복, 35년간의 긴 어둠의 시간에서 한 줄기 빛이 돼준 민족의 해방이며, 국가의 독립인 이 날은 희망 없는 민중들에게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기적은 그야말로 상식을 벗어난 기이하고 놀라운 일이며, 따라서 일반적이지 않은 특별하고 초월적인 힘에 의한 현상을 전제한다. 그러나 해방이라는 기적은 어떤 특별하고 초월적인 힘에 의한 것이 아니였다. 수 많은 독립 운동가들의 희생, 그리고 이들의 뒤에서 이름없이 지원했던 민중들이 없었다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기적은 희생을 전제한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 기적같은 일을 겪게 된다면 이를 간절히 염원한 열망과 투절한 의지 그리고 자신의 생명도 내놓을 수 있는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현재의 교단이 한국사회에서 지금의 위치에 놓이게 된 것도 한국의 의료체계와 안전에 대한 의식과 존중이 K-방역으로 전 세계에 수출이 되고 있는 것도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기적’인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6개월이 지난 지금, 에볼라나 사스와 같은 별 것 아닌 질병으로 안일하게 대처한 선진국이라 불리던 미국, 영국, 일본 등 대부분의 도시는 초토화됐다. 그에 반해 한국은 의료와 행정시스템을 강화하고 캠페인 등으로 인식을 전환해 신속하게 일상을 변화시켰고, 이러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기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어두운 현실에서 빛을 만드는 것은 상대도, 환경도 아니다. 광복(光復)은 지금 이 순간 나로부터 시작된다.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8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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