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서 돌아보고 살펴보는
신앙과 수행 점검시간 필요

남성제 교도
남성제 교도

[원불교신문=남성제 교도] 요즘 저녁 걷기운동을 시작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춘천은 아담한 도시여서 산책로를 따라 한 시간 정도 걸으면 시내 중심부를 대개 둘러볼 수 있다. 직장을 따라 춘천으로 이사 온 지 5년이 다 되어가는데 천천히 걸으면서 보는 시내의 풍경은 내 머릿속의 춘천과는 많이 달랐다.

처음 보는 아담하고 예쁜 건물들이 구석구석 자리하고 있고, 곳곳에 심어져 있는 꽃과 나무들이 도시경관과 서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동안 차를 몰고 바쁘게 오가느라 자세히 살피지 못했는데 천천히 다시 보니 완전히 새로운 도시에 온 것처럼 낯설기도 하고 놓치고 지나갔던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살펴보지 않으면 세밀히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주변 풍경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흔히 일상 속에서 하루하루 생활해 나가는 주인공이 자신이기 때문에 내 삶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개 다른 사람이 보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필자에게는 자녀가 둘 있는데 모두에게 똑같이 자상한 아빠가 되어주자고 다짐하고 일상에서 노력하고 있다. 나름대로 유념하면서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아내가 첫째에게 화내지 말고 잘 대해주라고 말했다. 둘째와 첫째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깜짝 놀라서 그동안 내가 했던 행동과 말을 돌아보니 첫째가 둘째를 괴롭히거나 옳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지나치게 엄하게 대하고 그것이 습관이 되어 별일 아닌 일상에서도 엄격하게 대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 인식 속의 나는 두 아이 모두에게 똑같이 대해주는 아빠였는데 실제의 나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일상생활에서 대중잡고 유념하는 마음이 없어서 주변 환경이나 그때그때의 기분 여하에 따라 되는대로 살아가거나, 유념하는 마음이 있더라도 그 마음을 항상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자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해온 관성을 따라 되는대로 살아가기 쉽다. 

그래서 바른 공부는 현재 나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나의 신심·공심·공부심, 일상생활에서의 방향성 등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거기에 맞는 자타력의 신앙 및 수행길을 잡을 수 있다. 지금 내가 어떤 길로 가고 있는지, 그 방향이 옳은 것인지, 어떤 점이 부족하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멈춰서 돌아보고 천천히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교법에서도 일상에서 반드시 반조와 반성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다. 정전 수행편의 상시응용주의사항 6조, 교당내왕시 주의사항 6조, 일기법 등이 모두 상시 또는 정기로 반조와 반성하는 시간을 통해 바른 수행길을 잡도록 한 공부법이다. 모든 일을 지낸 후에는 돌아보고 반성함으로써 나의 심신작용을 성찰하고 앞길에 보감을 삼아 항상 진급되는 길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대종사는 범부가 처음 발원을 퇴전하지 않고 오랫동안 공을 쌓으면 불보살이 된다고 했다. 처음에는 부족하더라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꾸준히 보완하고 향상시켜 나감으로써 우리는 모두 불보살이 될 수 있다. 평범하지만 불보살을 이룰 수 있는 위대한 우리 교법의 중심에 반조와 반성공부가 있다. 

이제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갔다. 바쁘게 살아온 일상을 잠시 멈추어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자신의 신앙과 수행을 점검해 부족한 점은 고치고 잘된 점은 계속 지속할 수 있도록 다짐하고 실천하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한다. 

 

 /춘천교당

[2020년 8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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