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제 교도
남성제 교도

[원불교신문=남성제 교도]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대학들이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우리 대학(강원대)에서는 줌(ZOOM)을 이용해 정해진 수업시간에 강의하거나, 매주 일정한 분량의 강의 동영상을 녹화해 업로드하고 강의에 대한 질문은 쪽지나 이메일을 통해 받도록 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안전상의 이유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온라인강의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학기가 마무리된 후 그러한 기대감은 실망으로 변했다. 기존에 비해 학생들의 강의만족도와 학업성취도가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첫 시도여서 운영상의 미숙함도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집중력 저하였다. 강의실에서 대면 수업을 하면 수업에 대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서 관심도가 부족하더라도 강의를 듣게 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때는 교수자에게 질문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해결한다. 그러나 집에서 혼자 수업을 듣는 경우에는 처음에는 약간의 관심이 있더라도 지속적인 동기부여가 어려우며 질문하기도 쉽지 않다. 학기 중에 다양한 학생들과 상담을 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러한 집중력 저하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결과적으로 온라인강의를 통해서는 강의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기 어려웠다. 

새삶회에서 지난 8월 13일~15일까지 2박 3일간 ‘일원상 체받아서 일원상 활용하자’라는 주제로 여름훈증정기훈련을 실시했다. 해마다 열리는 정기훈련이지만 기존과 다른 점은 줌을 이용한 온라인훈련이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1학기의 강의 경험에 비춰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모든 입선인들이 집중력을 유지해 훈련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됐고, 다양한 연령대의 입선인들이 시스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결제식과 해제식을 비롯해 주제강의, 단별회화, 훈증법회, 강연대회, 저녁 염불 및 일기기재, 아침 좌선 및 기도, 선요가 등 모든 훈련 프로그램들이 줌을 이용해 진행됐다. 입선인들은 각자의 가정 또는 일터에서 핸드폰 또는 컴퓨터를 이용해 서로의 모습을 공유하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주최 측에서는 일사분란하게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참여하는 입선인들의 공부 열의도 높았다. 최고령은 82세의 할머니였는데 젊은이들처럼 능란하게 줌(ZOOM)을 다루지는 못했지만 훈련에 참여하기에는 충분했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의 우려는 사라지고 훈련에 몰입이 됐다. 같은 장소에서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마음이 서로 연해지고 스승님들의 훈증으로 신심이 살아나는 경험을 했다. 이번 훈련을 통해 법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진다는 것을 가슴깊이 느꼈고 그렇기 때문에 학교 공부와는 달리 정기훈련은 온라인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종사는 모든 여건이 어려웠던 일제 강점기에 교문을 여시고 당시의 시대에 맞춰 법을 폈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사회적 분위기는 다시금 종교의 교화에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으므로 대종사가 그러했듯 시대에 맞는 교화와 훈련법이 필요하다. 온라인 정기훈련은 시대에 적합한 훈련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훈련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훈련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정성과 훈련에 참여하는 입선인들의 열의와 이끌어주는 스승의 경륜이 삼위일체 돼야 한다. 정기훈련을 준비하고 참여하는 교도들은 모두 정성과 열의가 있으며 곳곳에 훌륭한 스승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미 온라인훈련을 성공시킬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현시대에 맞는 온라인훈련법에 대한 교단적인 연구와 실행이 필요한 때이다. 

/춘천교당

[2020년 9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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