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윤 교무
현지윤 교무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힘숨찐’은 힘을 숨긴 진짜 주인공이라는 뜻의 신조어다. ‘찐’은 진짜를 의미하는 속어다. 애니메이션·게임·웹툰 등 청소년이나 젊은 층이 선호하는 대중문화 장르에서 자주 등장하는 강력한 힘을 소유한 주인공 캐릭터를 지칭한다. 평범해 보이는 주인공이 사실은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라는 설정이 대부분이다. ‘그 힘숨찐은 알고 보니 엄청난 강자였다’라와 같은 이야기 구조는 콘텐츠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현실 세계에서 맛보지 못한 통쾌감을 준다. ‘힘숨찐’은 현실에서도 가끔 만날 수 있다.

원기3년, 첫 교당을 준공한 대종사. 낮에는 방언 공사를 총감독하느라 잠시도 쉴 여유가 없고, 밤에는 또한 설법으로써 밤을 지낼 때가 많았다. 낮에는 힘겨운 노동을 하고 밤마다 법설 듣는 재미가 진진했던 단원들, 즐거운 마음과 꽉 찬 행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사업과 공부를 함께하니 지혜의 길도 점차 크게 열리고, 예전에 가졌던 허영의 마음이 차차 진실한 마음으로 바뀌고, 헛된 믿음이 차차 올바른 믿음으로 돌아오며, 타력에만 의뢰하던 생각이 차차 자력을 찾게 되고, 공부의 정도 또한 점점 깊어졌다. 

원기4년, 8월 21일. 생사를 초월한 구인 단원의 지극한 정성이 드디어 백지혈인(白指血印)의 이적으로 나타난다. 대종사는 “그대들의 마음은 천지신명이 이미 감응하였고 음부 공사(陰府公事)가 이제 판결이 났으니 우리의 성공은 이로부터 비롯하였다”라고 한다. “이제 그대들의 몸은 곧 시방세계에 바친 몸이니, 앞으로 모든 일을 진행할 때에 비록 천신만고와 함지사지를 당할지라도 오직 오늘의 이 마음을 변하지 말고, 또는 가정 애착과 오욕(五欲)의 경계를 당할지라도 오직 오늘 일만 생각한다면, 거기에 끌리지 않을 것이니, 그 끌림 없는 순일한 생각으로 공부와 사업에 오로지 힘쓰라”고 한다. 전날의 그들은 이제 없다. 세계 공명(公名)인 새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 많은 창생을 위하는 그들이 있을 뿐. 

‘힘’이라는 명사, 사람이 스스로 움직이거나 다른 물건을 움직이게 하는 근육 작용. 또는 일이나 활동에 도움이나 의지가 되는 것,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나 역량을 의미한다. 힘에 부치는 방언 공사를 하는 중에도 진리와 스승을 두 마음 없이 모시고, 동지들을 의지해 서로 마음을 합하고, 나만을 위하는 이기심 버리고 세상을 위해 봉공하는 역량을 가진 그들.

기적을 만드는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을 변화시키는 일상의 흐름. 아무리 탁한 연못이라도 한 줄기 생수만 솟아나면 자연히 맑아지듯 아무리 혼탁한 세상일지라도 새 성자가 나오면 다시 맑아진다고 하더라. 알고 보면 우리는 매일매일 스스로 기적을 만들고 있다. 다만, 기적을 기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라야만 일상의 권태와 집착과 욕망의 껍질을 벗어던지고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기쁨을 알 수 있다. 

 /휘경여자중학교

[2020년 8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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