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길튼 교무
방길튼 교무

[원불교신문=방길튼 교무] 원불교교사 ‘대종사의 발심’에서 “대종사, 7세 되시던 해, 어느 날, 화창한 하늘에 한 점 구름이 없고, 사방 산천에 맑은 기운이 충만함을 보시다가, 문득 ‘저 하늘은 얼마나 높고 큰 것이며, 어찌하여 저렇게 깨끗하게 보이는고’ 하는 의심이 일어나고, 뒤를 이어 ‘저와 같이 깨끗한 하늘에서 우연히 바람이 일고 구름이 일어나니, 그 바람과 구름은 또한 어떻게 일어나는 것인가’ 하는 의심이 일어났으며, 이러한 의심이 시작됨을 따라 모든 의심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서, 9세 때 부터는 나를 생각한즉 내가 스스로 의심이 되고, 부모와 형제간을 생각한즉 부모와 형제간 되는 일이 의심이 되고, 물건을 생각한즉 물건이 또한 의심이 되고, 주야가 변천하는 것을 생각한즉 그것이 또한 의심이 되어, 이 의심 저 의심이 한 가지로 대종사를 답답하게 한다. 그 후…오직 이 수많은 의심을 풀어 알고자 하는 한 생각으로 마음이 차 있으시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소태산의 발심은 의심이었다. 

소태산은 이 의심을 구도 끝에 병진 삼월 대원정각한 후, 정전 ‘사리연구의 요지’에서 대·소·유무로 정리한다. 즉 “이(理)라 함은 곧 천조(天造)의 대소유무를 이름이니, 대(大)라 함은 우주만유의 본체를 이름이요, 소(小)라 함은 만상이 형형색색으로 구별되어 있음을 이름이요, 유무(有無)라 함은 천지의 춘·하·추·동 사시 순환과, 풍·운·우·로·상·설과 만물의 생·로·병·사와, 흥·망·성·쇠의 변태를 이름한다”라고 명시한다.

소년 소태산에게 드러난 ‘화창한 하늘’과 ‘맑은 기운의 산천’과 ‘부모와 형제간 되는 일’ 등은 만상이 형형색색으로 구별되는 소(小)라면, ‘깨끗한 하늘에서 바람이 일고 구름이 일어나고 사리지는 것’과 ‘주야변천’ 등은 천지의 순환과 만물의 생로병사와 흥망성쇠의 변태인 유무(有無) 변화원리이다. 만상은 형형색색으로 차이와 개성과 차별이 있는 소(小)라면, 천지변화든 인생변화든 변태하는 것은 유무(有無)이며, 이러한 소와 유무가 드러나는 무분별의 청정한 자리는 우주만유의 본체인 대(大)이다. 텅 비어 청정하면 만상으로 나타나며 순간순간 만변하는 변화과정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결국, 대(大)로 보면 무집착의 청정한 자리이며, 소(小)로 보면 만상으로 각각 드러나는 자리이며, 유무(有無)로 보면 음양변천과 인과변화 되는 자리이다. 다만 대는 소와 유무 너머에 따로 존재하는 변치 않는 동일자가 아니라 소와 유무의 또 다른 차원으로, ‘대=소=유무’인 일원상 한 자리이다.

사은을 대·소·유무로 보면, 천지·부모·동포·법률은 우주만유의 본체인 청정한 대(大)에 바탕하여 ‘피은의 강령과 조목’으로 드러나는 소(小)이며, 사은의 도를 체받아서 보은하면 ‘보은의 결과’로, 배은하면 ‘배은의 결과’로 유무(有無) 변화되는 작용이다. 

이처럼 소태산은 대·소·유무의 의심을 발하여 대·소·유무인 일원상을 정각한 후, 이 자리에 근원한 사은사요 삼학팔조의 교법을 드러내 준 것이다.

/나주교당

[2020년 8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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