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보 교무
신은보 교무

[원불교신문=신은보 교무] 얼마 전 고혈압 진단을 받아 약을 드시는 어머니가 자가로 혈압을 검사할 수 있는 기계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혈압약을 포함해 잊지 않고 먹어야할 약만 서 너 가지에 각종 건강보조제를 더하면 우리 어머니들의 약주머니는 언제나 무겁다. 그 약들의 성분을 일일이 알지는 못하나 대부분 약의 공통분모에는 진통제가 있다. 

그 젊은 날 혹사했던 팔 다리며 허리, 머리 어느 한 군데 성하지 않은 몸을 일으켜 굴리기 위해서 진통제에 대한 의존은 절대적이다. 

두 달여 전 모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에게 진통제를 과다 투여해 숨지게 했다. 
A씨는 성형외과 전공의로 근무하던 당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던 30대 남성에게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과다 처방해 환자는 결국 사망했다. 

한국보다 진통제의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는 미국 역시 마약성 진통제 남용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990~2017년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남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4만 7000여 명에 달한다.

필자 역시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한 전례가 있다. 대상포진의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투여받았었고, 순간의 극심한 통증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을 받았다. 

이 같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진통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작은 고통이 예상되어도 손쉽게 약물을 찾게된다. 

통증의학협회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한국도 마약성 진통제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라고 지적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와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불법거래 가능성과 불필요한 약물 처방 등의 위험이 있음을 밝혔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넘치는 것이 부족한 것 만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선물도 지나치면 뇌물이되며, 하늘에서 내리는 비도 지나치면 재앙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모자라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만 실은 넘치는 것이 재앙의 원인이 되곤한다. 

우리의 삶은 수 많은 통증을 마주하게 한다. 아마도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아프지 않은, 혹은 아파본적이 없던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통증과 마주할 때마다 약물로 회피하기만 한다면 정작 진통제가 필요할 때 더 이상 그 약효를 보지 못하게 된다. 

“우리가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밥으로 말할지라도 중도를 잡지 못하고 늘 먹기만 하면 결국은 배가 터지든지 체증이 생기든지 무슨 수가 나고야 말 것이 아닙니까.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중도에 벗어지면 도리어 해를 보는 것입니다” 한울안 한이치에 제2편 평상심 정산종사 말씀 

많은 연구자들이 코로나19는 자연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진 결과라 진단한다. 어느 한 쪽의 균형이 무너질 때 ‘몸에는 질병으로’ 환경에서는 재앙으로 드러난다. 

과도하게 집착한 결과가 어떠한지 우리 모두는 지금 아프게 깨우치고 있다.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8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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