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보 교무
신은보 교무

[원불교신문=신은보 교무] 친구들의 즐거운 대화소리, 장난감을 사달라며 떼를쓰는 아이의 소리,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장난스러운 웃음소리가 거리에서 사라진지 반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차분하고 고요해진 거리의 풍경은 이전의 활기를 찾기가 어려워졌고, 부딪힐까 두려워하며 다급히 오르는 버스와 지하철 안에서도 작은 기침이 나올세라 목캔디를 가방에 챙기는 것은 필수가 됐다. 어쩌면 조용해진 생활풍경을 반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고요가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기에 반드시 뒤따르는 부작용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주거공간은 주(宙)만을 담당하지 않게 됐다. 배달음식과 식당의 활성화가 주거공간에서 주방을 축소하거나 제거하는 등의 집의 구조를 변화시키고도 있으나, 지금 상황에서 주방은 여전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비자발적 고요가 가져오는 부작용 역시 커짐을 의미한다. 

밖에서 하던 많은 활동들이 집안으로 옮겨지면서 함께 거주하는 생활공간에서 공유할 것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최소한의 외식을 줄이고자하는 노력은 ‘층간냄새’로, 확찐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홈트(홈트레이닝)는 ‘층간소음’으로 자택근무가 많아지는 요즘 우리들의 생활공간은 고요한 거리의 풍경과 사뭇 다르다. 

서울시의 ‘층간소음 전문 컨설팅단’ 에서는 여름철에는 층간소음 상담건수가 감소하고, 가을이 시작돼 겨울로 넘어가면서 상담 건수가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여름철의 경우 창문을 자주 열어 환기를 하는 가정이 많아 층간소음보다 층간냄새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게 된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60%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한다고 한다. 이웃 간 분쟁을 중재하기 위해 환경부가 운영하는 ‘이웃사이센터’에서는 흡연, 음식물 냄새와 관련된 민원이 하루 평균 15건 이상 접수된다고 밝혔다. 강력한 측정과 평가방법을 실행하고 있는 외국의 경우보다 현실적으로 국내의 주거양식으로는 많은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지어진 건물에서는 서로 조심하며 지내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일 것이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면서 ‘비대면(untact)’, ‘최소접촉(minimal-tact)’이라는 키워드는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도리어 알고지내는 것이 두려워진 가깝지만 멀어진 이웃관계에서 우리는 얼마나 더 고립되어야 하는 것일까. 

말로써 나누는 대화보다 눈빛에서 나타나는 몸의 언어가 더 중요하게 기능하는 현재, 사소한 행동이 자칫 큰 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마음까지 움추려 들게 한다. 

대화가 사라지는 만큼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해지고 있음을, 그렇기에 모든 예절에 그 대표되는 한 말은 공경하지 아니함이 없는 것(無不敬)이라 밝히신 예전의 내용을 다시 꺼내봐야겠다.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9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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