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제 교도
남성제 교도

[원불교신문=남성제 교도]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한여름의 더위는 가고 선선한 기운이 널리 퍼져 산하대지가 울긋불긋한 천연의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가을은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아 봄과 함께 가장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다. 만물이 잠에서 깨어 움직이기 시작하는 소생의 계절이 봄이라고 하면, 가을은 차분한 결실의 계절이다. 차분하게 가라앉는 천지의 기운을 따라 들떠있던 우리 마음도 안정되어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고 수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올 초부터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의 모습과 우리의 일상은 크게 변화했다. 비대면을 일컫는 언택트(untact)란 단어가 유행할 정도로 온라인을 통한 활동 위주로 사회가 재편됐다. 

수업, 회의, 세미나 등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한 행사는 대부분 화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소비도 직접 매장을 찾기보다는 온라인을 통한 주문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올 상반기 온라인 유통업계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5% 고속 성장한 것은 온라인으로 재편된 우리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근무 환경으로 보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순환식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가 많으며, 회식이나 모임은 금지하거나 최소화하고 있다.

아직은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고 여러 가지 불편한 점도 많다. 언론 보도들도 코로나 19의 고위험성, 경기침체와 불황, 고립된 환경으로 인한 우울감 등 부정적인 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으며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에서도 은혜를 발견할 수 있다. 

대종사는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치 아닌 자리에 부귀와 영화를 억지로 구하며 빈천과 고난을 억지로 면하려 하나, 지혜 있는 사람은 이미 지어 놓은 죄복은 다 편안히 받으면서 미래의 복락을 위하여 꾸준히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라 말씀 했다. 코로나19라는 자연적인 고난은 억지로 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달게 받으면서 미래의 복락을 위해 노력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해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졌다. 이전에 빈번하던 회식과 모임이 거의 사라졌고, 대부분의 회의가 화상으로 이뤄져 멀리까지 출장 다녀오는 시간이 절약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비해 일찍 퇴근해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고, 수행하는 시간도 더 많이 가질 수 있게 됐다. 또한 거리가 멀어서 오프라인으로 할 때는 참석하지 못했던 공부모임이 온라인으로 전환되어 교당 법회 이외에 마음의 법식을 쌓는 시간도 늘었다. 

얼마 전부터는 마음이 맞는 몇 명의 법동지들과 아침수행을 함께하고 있다. 줌(ZOOM)을 통해 새벽 5시에 함께 접속해 아침기도 및 좌선을 한다. 서로의 모습을 보고 서로 기운을 나누면서 함께 하니 졸음이 사라지고 좌선도 훨씬 잘된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니 마음도 안정되고 직장에서의 업무효율도 훨씬 높아졌다. 이러한 일상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다. 

우리의 서원은 영원한 세월을 통한 성불제중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지만 코로나19는 언젠가 종식될 것이고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주변 환경에 끌리지 않고 모든 환경을 지배하는 공부인이 돼야 한다. 바른 길을 따라 꾸준히 신앙과 수행을 하다 보면 자연히 그렇게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회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더욱 수행에 힘쓰는 것이다. 수행하기 좋은 계절, 수행하기 좋은 시기를 맞이해 새로운 다짐으로 자신불공에 힘쓰자. 

/춘천교당

[2020년 10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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