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보 교무
신은보 교무

[원불교신문=신은보 교무] 영광의 한 대형마트, 주민들의 인기품목인 과일과 채소코너는 여느 때와 다르게 한가하다. 대신 말린 과일 등을 파는 냉동코너가 북적이는 이유는 잇따른 태풍과 홍수피해로 농산물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2일 호남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8월 광주·전남지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광주 소비자물가는 지난 3월(1.1%)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라고 보고했다. 
 
8호 태풍 바비에 이어, 9호 마이삭, 그리고 10호 하이선까지 거친 비바람에 학교 근처 나무들은 그 뿌리를 드러냈고, 법당천장은 타일이 떨어져나갔다. 백수 쪽 오래된 빌라의 창문들은 청색 테이프로 도배되어진 채 바들거리는 모습이었다. 2008년 세계자원연구소(WRI)에서는 “10년 안에 에코플레이션의 위협이 온다”고 경고하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이 기업이익감소를 초래할 것임을 예견했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에 이어 또 하나의 복병인 에코플레이션이 세계경제회복에 발목을 잡게 될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현재 현실화됐다.

에코플레이션은 환경(ecology)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을 의미한다. 이는 환경 기준 강화나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산불, 허리케인의 잦은 발생으로 기업의 제조원가가 상승해 결과적으로 소비재 가격이 인상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에코플레이션은 지구 온난화와 기상악화, 급속한 도시화로 인한 경작면적 감소 등으로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나타나는 에그플레이션(Agflation)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이는 특정 국가에 한정된 현상이 아닌 전 지구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나비효과’, 조그만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 폭풍을 가져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나와 별 상관없어 보이는 현상이 작년 말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에 재앙을 가져왔고, 바다의 날개짓이라 부르는 해수의 이상고온현상은 막상 마트에서 과일과 야채 사기를 주저하는 우리 먹거리 상황을 위협하게 됐다. 나 한 사람 정도는 마스크 쓰지 않아도, 나 한 사람 정도는 이 만큼의 휴지를 사용해도 전혀 괜찮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바다의 온도상승은 수많은 재앙을 가져온다. 돌연변이 미생물의 출현과 이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 파괴된 생태계는 더 이상 조화와 균형을 위해 기능하지 못한다. 

“사람의 견지에 따라 ‘나’라는 범위에 대하여 생각하는 바가 다르니, 내 일신을 나로 아는 자, 한 가정을 나로 아는 자, 한 고을을 나로 아는 자, 한 나라를 나로 아는 자, 세계를 나로 아는 자 등 각각이다. 그러나, 부처님은 시방 세계를 내 몸으로 본 분이다. 고기도 작게 볼 적에는 낱개의 고기만을 고기의 생명으로 아나 크게 볼 때에는 물 전체가 곧 고기의 생명인 줄을 알게 된다. 이와 같이, 우리 인간도 작게 볼 때에는 내가 한 개의 생명이요, 크게 볼 때에는 법신불의 덩치인 것이다.” 『한울안 한이치에』 제1편 법문(法門)과 일화(逸話) 3.일원의 진리 5절.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9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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