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윤 교무
현지윤 교무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온라인 수업을 완료하지 않은 학생에게 출석 독려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오후 4시, 하루 중 가장 분주한 시간이다. 당일 출결 마감이 원칙이라 메시지에도 응답이 없을 때는 전화 통화한다. 통화하면 대부분 바로 학습을 하는데, 지윤이는 달랐다. 집 전화로 아이와 통화하는 것이 로또 당첨만큼이나 어렵다.

휴대전화는 물론 컴퓨터도 없어서 학교에서 태블릿 PC를 대여했지만, 여전히 온라인 수업 학습이 어렵다. 그래서 지윤이는 전화 상담 단골손님이다. 노트북 문제, 인터넷 연결 문제 등 이유도 다양하다. 그렇게 첫 학기를 보내고, 요즘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를 받는다. 수업 얘기는 잠깐이고, 그다음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늘은 뭘 먹었고, 어떤 생각 했고, 어디를 가고 싶은지. 전화 통화가 점점 길어진다. 전화기 너머로 항상 TV 소리가 크게 들리는, 아빠가 출근하면 온종일 혼자인 아이의 외로움이 마음에 스민다. 

그간 학교가 담당해 온 중요한 역할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었고, 교사 개인은 그 역할을 하기에 큰 무리가 없었다. 위기의 시기, 학교의 부재는 우리 사회의 돌봄 공백 현실도 여실히 드러낸다. 충남 천안에서 가방에 갇혀 죽어간 아이나, 경남 창녕에서 학대를 받다 탈출한 아이, 부모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일어난 불로 중상을 입은 초등학생 형제는 모두 등교가 정상적으로 이뤄져 학교가 관심 가지고 관리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다. 

유엔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어린이 10억 명이 신체적, 성적, 심리적 학대의 위험에 놓여 있으며,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가정 내 아동학대가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의 돌봄 역할에 대한 요구는 나날이 커지지만, 사회적 합의는 아직인 듯하다. 교육부가 돌봄 교실을 학교 사무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가 ‘학교는 보육 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이라는 교원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교사들 역시, 교육과 보육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진 않는다.

‘더불어 살아감’에 바탕 한 새로운 시각이 교육에도 필요하다. 천지 만물은 그물코처럼 얽혀있다. ‘나’의 생존과 행복한 삶은 무수한 ‘너’들의 삶과 분리할 수 없다. 대종사는 없어서는 살지 못할 관계를 은(恩)이라 했고, 항상 공정한 자리에서 자리이타로 보은하라 했다. 삶은 ‘혼자’가 아닌 ‘함께’의 이야기다. 나도 이로우면서 다른 사람도 이롭게 하는 자리이타는 각자가 알아서 할 소소한 선택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몰입해야 할 중요한 가치이자 토대가 되어야 한다. 개인 윤리의 차원을 넘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설정되는 사회 윤리를 깨닫게 하는 동포은(同胞恩), 돌봄의 지침이다. 

 /휘경여자중학교

[2020년 10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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