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보 교무
신은보 교무

[원불교신문=신은보 교무] 중학생이 동급생에게 칼을 휘두른 사건이 발생했던 2009년도 3월부터 1년 동안 중학생 폭력사건은 2천445건으로 전체 3천749건의 65.2%를 차지했었다. 이 같은 일이 공론화된지 십여 년이 지난 현재, 우리 중학생들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제주지역에서 중학생들이 무차별 절도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촉법소년 연령에 대한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5년 동안 전국적으로 3만6639명이 소년부로 송치됐고, 청주 성매매 강요사건,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성 착취물 채널 운영자, 차량절도 및 무면허 교통사고 등 성인 범죄나 다름없는 잔혹한 가해자는 다름 아닌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었다. 십여년 전의 문제가 현재까지 개선되지 않은 채 더 많은 갈등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이라는 이름을 보호하는 방법에 대한 깊은 고민이 절실해지고 있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에서 만 14세 미만 나이에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뜻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만 14세 미만은 형사책임 능력이 없어 형사처벌 대신 가정법원 등에서 감호위탁,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게된다.

촉법소년에 대한 연령이 뜨거운 논란꺼리로 다뤄지면서 미성년자를 보호해야한다는 의견과 처벌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해야한다는 의견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재범을 막는데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에 예방과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의 강화가 중요하다는 의견은 십여년 전부터 강조되어 왔었다. 과연 선도 프로그램의 부재가 이들을 범죄자로 만든 것일까?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를 우상화해 SNS에 올리고 모방범죄가 줄지어 발생하는 현상이 중학생들이 가진 청소년기의 특징이라고 어느 누가 단정할 수 있을까.

로맨스 캠으로 국제사기를 벌이며 금품을 갈취한 일당은 이태원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이를 SNS에 과시했다. 양심과 도덕이 마비된 채 과시와 욕망만이 버무려진 온라인세상에서 청소년들에게만 바르고 정당하기를 주장하기에 우린 너무 멀리와 버린 것만 같다. 

“숯장수 아이들은 숯장수하기가 쉽고, 뱃사공 아이들은 뱃사공하기가 쉽듯이 가까운 데로부터 보고 들은 것이 습관이 되고 직업이 되나니, 부모 노릇하기가 가장 어렵고, 호주 노릇하기가 가장 어려운 것이다.” 대종경선외록 17.선원수훈장(禪院垂訓章)9절 중

어른의 폭력적인 행동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혹은 그 이상의 결과를 초래하게 됨을 시사한 알베르트 반두라(Albert Bandura)교수의 고전적인 ‘보보인형실험’이 현재까지도 중요하게 회자되는 이유를 상기해야한다. 이제라도 아이에게 절을 하면 과자를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추어 돌렸던 대종사의 발걸음에 우리도 그 보폭을 맞추어봐야할 것이다.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10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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