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보 교무
신은보 교무

[원불교신문=신은보 교무] ‘고맙다.’ 얼마 전 93세 생신을 맞이한 외조모께서 가족들이 모인자리에서 해주신 말씀이다. 여태 살아있는 당신을 위해 애써준 가족들에게, 이렇게 좋은 세상 더 살고 싶으시다며 고맙다는 말씀을 연신하셨다. 자식들의 당연한 도리가 고마운 일이 된 것이 민망하기도 씁쓸하기도 했던 그날, 할머니의 그 ‘고맙다’는 말이 정작 나에게는 왜 이렇게도 인색해 진 것일까. 

지난 24일 영국 데일리메일은 잉글랜드 엘버톤 요양원의 노인들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인생 조언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양원 입주 노인들은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이라는 질문을 받고 화이트보드에 직접 자신들의 생각을 적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메시지는 일맥상통했다. ‘젊음을 즐겨라’, ‘자기를 사랑하라’, ‘타인에게 친절하라’가 그것이다. 얼마 전 열반한 고 이건희 회장은 많은 인생명언을 남겼는데 대사업가였던 만큼 돈에 대한 그의 명언은 인상적이었다. 상속세만 10조원에 달하는 그에게 돈이란 무엇이었을까? 그는 단순히 돈을 벌어라가 아니라 돈 앞에서 겸손해야함을, 따라서 베풀고, 소중히 여기고, 감사해야함을 당부했다. 그렇게도 많은 돈을 벌었지만 언제나 애타는 첫사랑마냥 간절했던 그 마음이 삼성이라는 대기업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이 아니였을까. 

젊은 세대에게 어른들의 말씀은 때론 고리타분하게 때론 진부하게 그래서 뻔한 이야기로 들리기 쉽다. 할머니의 ‘고맙다’는 말씀에는 모진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음을 잊지말아야한다. 그래서 그 말은 그저 고맙다가 아닌 고(생한 우리 새끼) 맙(풍만 불어오길) 다(음생에도 널 위한다)로 이해해야한다. 엘버톤 요양원의 행사를 기획한 피터 가프니 매니저는 “바쁜 삶에 쫓겨 잊고 지냈던 삶의 진리를 다시 떠올린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손을 잡으며 ‘고맙다’라고 하신 할머니께 ‘살아계셔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해드리지 못한 것은 잊고 지냈던 삶의 진리가 이제는 어렵고 낯설어져서 다시 챙기려하면 어색해져버린 어리석은 손녀의 철없음일 것이다.

대종사 열반을 앞두고 교단의 장래에 관계되는 부촉을 많이 내려 주시는 가운데 특히 열 가지 말씀을 자주하여 주시었다. 그 중 가장 마지막으로 부촉한 말씀이 “위로는 삼계의 큰 스승이 되고 아래로 사생의 자비스런 어버이가 되려는 큰 서원과 신성으로 일관하라”는 것이다. 교서의 말씀들은 스승님들께서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인생조언이다. 당신의 위함을 바라기보다 우리 스스로가 스승이 되고 어버이가 되기를 바란 그 마음의 깊이를 헤아리기엔 아직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 단풍이 아름다운 요즘, 어른들의 인생조언으로 마음을 물들여가 보는 것은 어떨까.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11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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