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진 교도
허경진 교도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얼마 전 친구가 속상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왔다. 시댁에서 자신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원해서 지쳐 있었다. 예를 들면 명절에 돈까지 챙겨주시며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하고 오라고 하거나 먼 친척의 생일까지 선물을 사주며 친구가 산 것으로 하고 드리게 한다는 것이었다. 거기다 가족의 식사 자리에서는 시부모를 잘 모셔야 한다고 특히 며느리가 신경을 더 쓰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여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말만 들어도 가슴이 답답했다. 

대학교 때 만난 이 친구는 우리들 사이에서도 밝고 털털한 성격으로 인기가 많았고 항상 웃음을 몰고 다녔다. 그런데 자기가 봐도 자신이 너무 어두워진 것 같다고 하니 마음이 아팠다. 사회가 정해놓은 많은 역할에 따른 모습에 너무 함몰되면 본연의 자신의 모습이 흐릿해질 때가 있다. 요즘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잘 들여다보고 살아가자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많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중심을 잡기가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생각이 드는 통화였다. 

100만 명이 넘는 구독자 수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이 세상에 있을 수가 없는 것이여. 왜 남한테 장단을 맞추려고 하냐 북치고 장구치고 니 하고 싶은 대로 치다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추는 거여” 라고 했다. 박막례 할머니 유튜버는 자신의 말대로 살아간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이런 모습을 손녀가 영상으로 편집해 유튜브에 올린다. 이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는다. 할머니가 툭툭 던지듯 하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대조해 보고 자신이 틀리지 않음을 알게 된다. 할머니가 평생 식당을 하며 쌓아온 평범한 요리 레시피를 따라해 먹으며 행복해한다.

박막례 할머니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져 미국의 구글 본사에 초대받기도 한다. 거기서 유튜브의 자회사인 구글의 대표가 할머니를 찾아오기도 하고 유튜브 사장은 직접 한국에 와서 할머니를 만나기도 했다. 유튜브나 구글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포털에서 기대하는 순기능인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장이 되는 것에 가장 부합하는 대표적 사례가 박막례 할머니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상은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 익숙했고 그 모습을 보고 많은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평범한 삶 속에서 의미를 찾고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사는 삶이 좋은 삶이라는 생각을 한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욱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나 역시 다른 사람이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좋아해 줘야겠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나의 본연의 모습이고 그런 모습으로 사는 삶이 진정한 나의 삶으로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북교당

[2020년 12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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