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도 교무
권정도 교무

[원불교신문=권정도 교무] 정산종사법어 법훈편 32장에서는 “덕이라는 글자를 큰 덕자라 하나니, 능히 육도와 사생을 감화시킬 근본이 이 덕이라 이 위에 더 큰 것이 어디 있으리요”라고 했다.

원불교에서 덕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 그것은 무슨 뜻일까?

대종사는 “이제 우리가 배울 바도 부처님의 도덕이요, 후진을 가르칠 바도 부처님의 도덕”이라고 했다. 곧 부처님의 도덕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 원불교 신앙과 수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대종사는 『정전』개교의 동기에서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 이 세상에 광대무량한 낙원을 건설하자고 했다. 부처님의 도덕 중에서도 사실적인 도덕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을 얼마나 중시하셨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사실적인 도덕이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도덕이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나 바람직한 행동 규범을 말하는 것으로, ‘도덕의식’이나 ‘도덕성’처럼 개인의 내면적 가치관을 중심으로 설명해 왔다. 

그런데 대종사는 도란 무엇이든지 떳떳하게 행하는 길이며, 덕이란 어느 일을 막론하고 ‘은혜’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정전 천지은의 내용을 보면 천지의 도와 덕에 대해 잘 설명되어 있다. 곧 하늘과 땅은 언제나 지극히 밝은 도, 정성한 도, 공정한 도, 순리자연한 도, 영원불멸한 도, 길흉 없는 도, 응용에 무념한 도를 행하며 그 결과로 천지의 은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가 천지와 같은 도를 잘 알고 체받아 일상 속에 실천해 간다면, 먼저 나 자신이 천지와 같은 은혜를 나타낼 것이다. 그리고 이런 도와 덕의 실천이 내 주변에 확대되어 점점 은혜가 넘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이렇게 사실적으로 은혜가 나타나도록 익히고 실천해 가는 것이 원불교의 ‘사실적 도덕’이며, 이를 훈련을 통해 익히고 실천하면서 창생을 감화시키고, 어느 곳에서나 은혜가 넘치도록 하는 사람이 바로 ‘덕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대종사는 원기7년 정산종사를 만덕산으로 보냈고, 이는 삼타원 최도화 대호법을 비롯해서 초창기 많은 제자를 만나는 기연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원기9년 대종사는 만덕산에서 제자들과 처음으로 선(禪)을 난 후, 원불교의 공식 훈련법인 정기훈련법과 상시훈련법을 발표했다. 

그런데 대종사는 왜 주석하던 변산이 아닌 만덕산까지 가서 새 정법회상 첫 번째 선 훈련을 행한 것일까? 그것은 원불교의 훈련이 여래의 ‘만덕(萬德)’을 겸비하기 위한 과정이며, 대종사의 새 정법회상은 세상 사람 누구나 쉽게 은혜를 발견하고 실천하는 훈련을 통해 ‘만덕’을 갖출 수 있는 길임을 미리 보여주고자 한 것이 아닐까? 대종사의 ‘사실적 도덕의 훈련’이야말로 창생을 구제하는 가장 큰 덕이요, 활불(活佛)을 길러내는 최상의 비결이라 할 것이다.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12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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