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도 교무
권정도 교무

[원불교신문=권정도 교무] 『정산종사법어』 법훈편 39장에서는 “구시화문(口是禍門)이라 하거니와 실은 구시화복문(口是禍福門)이니, 잘못 쓰면 입이 화문이지마는 잘 쓰면 얼마나 복문이 되는가”라고 했다.

부처님은 열 가지 악업과 열 가지 선업을 말씀했다. 열 가지 악업은 몸으로 짓는 살생·간음·도둑질과 입으로 짓는 망어(거짓말)·양설(이간질)·악구(추악한 말)·기어(허위로 꾸미는 말), 마음으로 짓는 탐심·진심·치심이다. 열 가지 선업은 이 열 가지 악업을 끊어 기필코 행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요즘 사람들은 세상이 많이 험악해졌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언론에 노출되는 살인이나 간음, 도둑질 등이 많아지고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리라. 그런데 사실 우리가 주변에서 실제로 살생이나 간음, 도둑질을 겪을 일은 별로 없다. 오히려 일상을 통해 자주 그리고 반복적으로 가장 많이 경험하는 것은 바로 입으로 짓는 악업일 것이다. 근래 가짜뉴스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듯이 세상 사람들은 허황되고 거짓된 말과 정보로 사람을 현혹하기도 하고, 서로 욕하고 이간질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또 인터넷과 SNS를 통해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글과 말로 악업을 지으면서도 죄의식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넘치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살생, 도둑질, 간음과 같은 것은 무척 무거운 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입으로 짓는 악업은 큰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업보차별경』에 보면 몸과 입과 마음으로 중(重)한 악업을 지은 사람은 지옥보를 받고, 중등(中等) 악업을 지은 사람은 아귀보, 가벼운 악업을 지은 사람은 축생보를 받는다고 한다. 살·도·음의 죄와 똑같이 말로 짓는 악업 또한 삼악도에 떨어지는 무겁고 큰 죄라는 것이다. 이처럼 입으로 짓는 업이 크고 그 죄가 무겁다는 점에서 본다면 ‘입이 곧 재앙의 문’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입으로 짓는 악업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삼악도를 벗어나 사람의 몸으로 태어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하물며 다른 사람의 일을 항상 칭찬하고 찬탄하고,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참되고 바른 말하기 좋아하며, 나아가 정법의 바른 법을 말하기를 즐겨하는 사람은 그 선업이 얼마나 클 것인가? 그러므로 정산종사는 입이 사람을 삼악도에 떨어지게 하는 재앙의 문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무량한 복락의 문도 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게 말을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바로 나에게 복 주고 죄 주는 권능을 가진 부처님임을 안다면 과연 우리가 그 사람에게 말을 함부로 할 수 있을까? 말은 곧 그 사람의 품격이다. 내가 모든 사람을 부처로 모신다면 곧 나의 품격과 복덕도 부처님처럼 되지 않겠는가.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12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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