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진 교도
허경진 교도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요즘 예전처럼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하는 경험이 줄어들고 있다. 새로운 장소에 가고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고 안목을 기르는 것을 즐겨 하던 나에게는 이 모든 것이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독서를 통해 조금이나마 이런 아쉬움을 해소하고 있다.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은 한 명의 친구를 사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책을 주의 깊게 읽는 것은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가 나와 생각이 겹치거나 관심사가 같거나, 또는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감상을 느끼거나 하는 부분을 만나면 여간 반갑지 않다. 만나보지 못한 작가와 공감대가 형성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발견할 때 더욱 반가운 것이다. 작가에게 공감과 이해를 받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나에게 ‘틀리지 않았다. 그럴 수 있다’라고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 누구에게도 받지 못한 위로를 책에서 받기도 한다. 이것은 결국 나 스스로가 자신에게 주는 위로이기도 하다.
 

최근에 이런 기분을 가장 강하게 느끼게 해준 책이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밴드의 리더로 활동하다 솔로로 돌아온 가수 장기하의 산문집 『상관없는 것 아닌가』라는 책이다. 새해를 맞아 처음으로 읽게 된 책인데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표현한 그의 글에 집중해 순식간에 다 읽었다.

그뿐이 아니다. 작가는 나와 동갑으로 올해 마흔이 되었다. 그리고 글 곳곳에 나타나는 그의 라이프 스타일이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고, 좋아하는 또 다른 작가도 같아서 그 작가의 글에서 느낀 문체도 느껴졌다. 

책을 읽으며 한 개인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즐거웠고 더 나아가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부분을 확인하며 대화가 잘 통하는 친구를 한 명 사귄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있다. 코로나로 일상적으로 하던 것들을 하지 못하게 되며 우울감을 느끼고 기분이 가라 앉는 것을 이야기한다.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마다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집에만 있으면서 무기력해지지 않게 하는 운동, 요리, 독서, 악기 배우기 등이다. 나는 올해는 작년보다 더 책을 많이 읽을 것 같다. 

전산종법사는 ‘집집마다 부처가 사는 세상이 되게 하자’는 신년법문을 설했다. 나는 책책마다 부처가 들어 있는 세상으로도 생각하고 책 속에서 더욱 부처를 찾고 내 마음도 부처가 되도록 힘쓰는 한 해가 되어야겠다. 그러면서 나도 타인도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키워나가야겠다. 

모두가 힘든 시기 서로에 대한 따뜻한 마음만이 ‘집집마다 부처가 사는 세상’일 테니 말이다.

/강북교당

[2021년 1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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