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진 교도
허경진 교도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요즘 바흐에 푹 빠져 있다. 바흐에 관한 책을 읽고 바흐의 음악을 들으며 바흐의 악보를 보고 피아노를 연주한다. 그 시간이 정말 행복하다. 행복함을 넘어 경건해지고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며 누구에게도 받지 못한 위안을 받는다. 바흐는 바로크 시대의 대표 음악가로 음악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인물이다.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이전의 음악에서 사용되던 음의 조율법인 순정율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평균율을 만든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순정율은 음과 음 사이의 거리 즉 음정이 일정하지 않아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거나 합주를 하거나 음악의 조를 옮길 때 문제가 발생한다. 바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음 사이의 거리를 평균 내 같게 만든 평균율을 만든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에서 24개의 모든 조성의 프렐류드와 푸가를 작곡한다. 후대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음악이 다 사라져도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만 있으면 복원할 수 있다”고 평한다. 바흐는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마지막에 “간절히 배움을 원하는 젊은 음악가들이 활용하고 이득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며”라고 썼다. 그가 음악과, 음악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977년 나사에서 우주로 쏘아 올린 보이저호에는 골든 디스크라 불리는 음반이 실려있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와 지구의 문화를 보여주는 음악이 수록돼 있었는데 바흐의 음악이 세 곡이나 포함돼 있었다. 바흐의 음악은 단지 클래식 음악이거나 바로크 시대의 음악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것 중 하나라는 첼리스트 요요마의 말이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수많은 명연주자들이 활동에 정점을 찍은 후 초심으로 돌아가 기초에 충실한 음악을 다시 하겠다는 선언으로 “다시 바흐로 돌아가겠다”며 바흐의 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낭만시대의 대표 음악가 브람스는 음악인들에게 “바흐를 공부해라. 거기서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다”라고도 했다.

바흐의 음악은 악상기호가 많지 않고 반복이 많다. 자칫 지루한 음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아주 세련되고 우아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음표의 위치나 길이 하나에도 이유가 없는 음은 없다. 구조적으로 완벽하고 그것은 전체적인 구조나 아주 작은 부분의 구조나 할 것 없다. 그는 음악가이면서 철학자였고 수학자라고도 할 수 있다. 그의 악보를 잘 분석해 연주해보거나 감상해보면 알 수 있다. 귀에만 달콤한 음악이 아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게 하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는 생활면에서도 존경할 만한 삶을 살았다. 직업적으로는 완벽한 음악인이었고, 신실한 종교인이었으며 가정에서는 충실한 아버지이자 가장이었다. 수많은 제자를 가르쳤으며 그의 아들들 역시 후대에 큰 영향을 주는 훌륭한 음악가로 성장시켰다. 바흐는 단순한 삶 속에서 위대한 일을 해낸 인물이다. 이 모든 이야기가 그의 음악을 잘 들여다보면 드러난다. 

삶이 어지럽다고 느껴질 때나 모든 일에 나태해진다고 느껴질 때 바흐의 음악은 큰 도움이 된다. 1650년에 죽은 한 음악가가 2021년을 살아가는 나에게 이렇게 큰 영향은 준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다. 이처럼 예술은 길고도 위대한 것이다. 바흐의 음악을 조용히 집중해 감상해보길 권한다.

/강북교당

[2021년 2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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