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진 교도
허경진 교도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1756년 1월 27일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생일이다. 모차르트는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음악가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매년 1월 27일을 즈음해서 잘츠부르크에서는 모차르트 주간으로 지정해 그를 기리는 다양한 행사를 한다. 

지난해 역시 코로나임에도 불구하고 모차르트를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는데 그중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모차르트의 곡이 발견돼 그것을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인 것이다. 당연히 전 세계 음악계는 이 행사에 이목을 집중했고 그의 고향이자 음악의 도시라 해도 손색이 없는 잘츠부르크는 엄청난 흥분감에 들떠있었다. 그리고 이 곡을 세계 초연 즉 처음으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에게도 당연히 관심이 집중돼 있었는데 그 피아니스트가 바로 우리나라의 조성진이다. 지난 2015년 쇼팽 콩쿨에서 우승하며 지금까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반열에 차근차근 올라 지금은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된 조성진이 이 엄청난 이벤트의 주인공이 돼 대한민국 클래식 음악팬의 한사람으로 나 역시 매우 기뻤다. 

조성진 피아니스트 역시 “모차르트가 태어난 곳에서 이 곡을 초연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기쁨을 전했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누구나 인정하는 음악의 도시이다. 해마다 잘츠부르크 음악제라고 해 전 세계 클래식 음악인들이 모이는 축제도 열린다. 이곳이 고향인 모차르트의 음악은 그들의 민족음악과 다름없다. 그러니 당연히 모차르트의 곡을 연주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가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피아니스트인 조성진에게 이 엄청난 연주를 의뢰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조금 무리해 비교하자면 우리의 숨어 있던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 한 장단이 새로이 발견됐는데, 가야금을 잘 연주하는 유럽인이 이것을 최초로 연주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모차르트 협회는 지역이나 다른 것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음악 그 자체만 생각해 연주자를 선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성진이 연주하는 모차르트는 누가 들어도 모차르트 음악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작년에 한 방송에 나온 동화작가 백희나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동화작가 백희나가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린드그렌상을 받은 후 한 인터뷰였다. 린드그렌은 말괄량이 삐삐를 쓴 스웨덴의 동화작가이다. 그를 추모하고 아동문학의 발전을 위해 주는 린드그렌상은 상금이 무려 6억에 달한다. 백희나 작가가 “6억이나 되는 상금을 스웨덴 국민의 세금으로 한다는 것에 놀랐고, 이것은 아동문학과 자국의 국민작가 린드그렌에 대한 자부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 부분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아동문학의 발전을 위해 꼭 자국민이 아닌 외국인에게도 큰 상을 줄 수 있는 문화를 사랑하는 힘이 아름답게 여겨진다. 

많은 분야에서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데 예술과 문화에서 더 유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것보다 예술 그 자체를 사랑하는 힘이 주는 현상들을 보는 것 같아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기사들을 접하며 본질을 꿰뚫어 보고 그 자체를 인정해 줄 수 있는 마음과 힘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강북교당

[2021년 3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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