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오 교무
강신오 교무

[원불교신문=강신오 교무] 미주선대 재무처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두 가지로, 내부 회계자료 컨트롤용으로는 Sage 50, 학생들과 관련해서는 Populi를 쓰고 있다. 학생 수 120여 명 남짓 아직은 작은 학교이지만, 수많은 교도들의 염원이 담긴 이곳에서는, 특히 재무처에서는 매일 숫자로 그 역사가 기록되고 있다.

몇 주 전부터 Sage에 문제가 발생했다. 학교 IT 업체의 ‘샤이’와 Sage 테크니션 ‘이제이’가 해결해보려 했지만, 어떤 시도도 먹히지 않더니, 이제는 아예 이상한 숫자들이 모니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제이가 말했다. “완전히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몇 가지 옵션이 있지만, 제일 좋은 것은 마지막 백업 파일로 백업하는 것인데, 백업에도 문제가 생겼던 것 같아요. 11월이 마지막이네요. 이 경우, 지난 4개월의 모든 거래를 다시 입력해야 해요.”

자동백업 시스템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2월과 1월이면 학교에서 가장 많은 거래가 발생하는 달이다. 게다가 곧 3월, 1차 회계감사가 다가오는데, 어떻게 그 많은 거래를 일일이 찾아서 기록한다는 말인가. 일단, 감사의 인사를 한 뒤 진행상황을 정리하고 전화를 끊었다. 심신의 작용은 ‘습관’을 따라 진행됐다. ‘왜 일은 항상 한꺼번에 터지는 걸까?’ 딴에는 온전함을 챙긴다고 올라오는 요란한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일의 순서를 정한다. 재무처장에게 보고하고, 거래내역 복기를 위한 쉽고 빠른 방법을 강구해본다. 그런데 계속해서 이 요란한 마음이 비집고 올라온다. 보통 이 정도면 해결되는 일과 마음작용이, 습관대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해도 해결이 되지 않자, 나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마침내 소태산 대종사를 떠올린다. ‘이럴 때 대종사라면 어떻게 했을까.’

밖으로 벌어진 형형색색으로 나누어진 보이는 것들이나 일어나고 사라지는 보이지 않는 생각과 감정들은 모두 생멸하는 ‘물질’이다. 즉, 인간이 바르게 사용해야 할 것들이다. 소(小)는 소(小)로써 다스릴 수 없다. 일어나는 생각을 다른 생각으로 다스리려는 것은, 더러운 거울을 더러운 걸레로 닦는 것과 같다. 그래서 대종사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고 했다. 

그 모든 것들의 바탕, 우주만유의 본원인 법신불 일원상이 아니면, 이 마음의 문제는 도무지 해결될 수가 없다. 쉽지 않다. 중생의 습관이 깊기에 시간이 걸린다. 당연하다. 하지만 내가 화를 내든 내지 않든, 기차는 이미 떠났다.

지혜로운 이는 생멸에 치우쳤던 마음을 돌려 불생불멸과 인과보응되는 자리를 함께 보며 그 자리를 잃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서로 은혜가 되는 지혜가 나오고, 그에 따라 육근을 작용한다. 일단 일원상으로 백업이다. 습관과 인연에 따라 요란함이 다시 밀려오면 다시 백업하고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일은 어떻게든 된다. 그러나 마음의 문제는 생각으로 다스리려 하면 해결할 수 없다.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2021년 3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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