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교도
김도훈 교도

[원불교신문=김도훈 위원장] 교단의 시대화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인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그리고 드론, 자율주행 자동차 등이 우리 생활에까지 성큼 다가온 지금 이 큰 흐름을 우리는 어떻게 따라가야 할까? 게다가 지금도 진행 중인 코로나19가 불러온 큰 변화에는 또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교단을 운영하는 지도부는 고민이 크다. 

이런 큰 변화의 흐름에 교단이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팎으로부터의 지적이 속출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유튜브에서 그리고 팟캐스트에서 ‘원불교가 보이지 않는다’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도 느껴진다. 그래서 교단도 이런 흐름을 받아들이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기획실장이 겸임하고 있던 정보전산실장을 새로 임명한 것도 이런 안간힘의 일환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려고 하는 각종 노력들이 진정한 의미의 ‘교단의 시대화’를 이루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인지 우려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더욱이 점점 더 빨라지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우리 교단의 역량이 대단히 부족하다는 것을 더 실감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어쩌면 우리 교단 전체의 역량을 모두 기울여 이 일에 매달린다고 하더라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이런 점을 인정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교단의 인적, 재정적 자원을 이 일에 계속 더 많이 투입해서 중앙 통제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지양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교단의 이 일에 대한 방식을 과감히 ‘플랫폼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디지털 방식의 사업들, 즉, 유튜브 방송, 사이버 교당, 인터넷 커뮤니티 등은 이런 일에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출가는 물론 재가까지 포함해) 개인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맡기는 방식으로 대응하자는 뜻이다. 교단은 개인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인프라를 마련해 주는 일을 하는 한편, 개인들의 그런 노력에 최대한의 자유를 줘야 할 것이다. 최대한의 자유란 교법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면 가능한한 허용하고 지원해 주자는 뜻이다. 

열정을 가진 사람들은 판만 잘 펼쳐주면 때로는 기적을 만들어낸다. 어설프게 돈을 들인 공공의 노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든 일에 뒤따라가는 데 급급해 하는 반면, 열정을 가진 개개인은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콘텐츠도 갖춰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모두가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열정을 가지고 일에 임한 사람들은 실패를 딛고도 일어설 가능성이 크다. 

우리 모두가 익숙한 줌 (Zoom) 서비스는 10여 년 전에 실리콘밸리에 건너간 중국 기술자가 온갖 실패를 거듭하며 사업을 펼치다가 코로나 시대를 맞아 속된 말로 ‘대박을 터뜨린’ 결과이다. 구글, MS 등의 IT 자이언츠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이 방면의 꼬마가 이들 거인들을 모두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초기에는 중국 정부의 스파이 노릇을 하지 않은가 하는 의심까지 받았는데 그조차도 극복했다. 미국인들 사이에 화상회의를 하자는 뜻으로 ‘줌하자’라는 말이 이미 기본 용어로서 자리잡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시대의 흐름을 그냥 좇아가기보다는 우리의 실력을 공고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은 교단 초창기에 이미 발휘된 바 있다. 기미년 만세 운동이 한창 벌어지고 있을 때 그런 시대적 흐름에 초조해 하는 제자들에게 대종사께서 내리신 말씀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개벽을 재촉하는 상두 소리니 바쁘다 어서 방언 마치고 기도 드리자.”

/4대1회 설계특별위원회

[2021년 3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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