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오 교무
강신오 교무

[원불교신문=강신오 교무] 황도국 미국종법사를 맞기 위한 기숙사 대청소날, 함께 밭 작업을 맡은 교무와 잡초를 뽑았다. 달래, 파, 부추 사이로 한참 제초를 하다가 문득 깻잎 새싹들이 안 보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매년 뭉텅이로 나와서 띄엄띄엄 자리를 옮겨심어주던 깻잎들이 올해는 어떻게 된 걸까. 

손은 풀을 뽑고 있는데 마음은 작년 여름으로 갔다가, 모종을 파는 마트로 갔다가, 아직 오지 않은 여름까지 오가며 분주하다. 걱정되는 마음으로 말했다. “큰일이네요. 올해는 어쩐 일인지 깻잎들이 보이지 않아요. 여름에 기숙사 식구들 먹어야 하는데 어쩌죠?” “아, 아직 깻잎이 나올 때가 안됐어요.” 웃음이 나왔다. 깻잎은 아직 나올 때가 안됐을 뿐이고, 나는 깻잎의 때를 몰라 마음에 온갖 번뇌를 끓였고, 교무님은 깻잎의 때를 알았기 때문에 나와 같은 번뇌를 끓이지 않았다. 

전망품 7장에 때에 관한 법문이 있다. 대종사, 하루는 제자들에게 길에서 아침이 훤히 밝았는데도 잠자는 사람, 찬 바람과 얼음 속에서 씨를 뿌리는 사람, 밖에서 추운데 여름옷을 입고서는 덜덜 떨고 있는 사람을 봤다고 이야기했다. 말씀의 뜻을 짐작한 한 제자가 어느 때에나 자는 사람이 일어나고, 얼음 속에 씨 뿌리는 사람과 겨울에 여름옷 입은 사람이 때를 알아 사업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 사람이 지금은 날이 밝은 줄을 모르고 깊이 자고 있으나 밖에서 만물이 기동하는 소리가 오래 가면 반드시 그 잠을 깰 것이요, 잠을 깨어 문을 열어 보면 바로 날 밝은 줄을 알 것이요, 알면 일어나서 사업을 잡을 것이며, 저 얼음 속에 씨를 뿌리는 사람과 겨울에 여름옷을 입은 사람들은 때를 모르고 사업을 하니 반드시 실패할 것이요, 사업에 실패하여 무수한 고통과 곤란을 겪은 후에는 철 아는 사람의 사업하는 것을 보고 제 마음에 깨침이 생겨나서 차차 철 아는 사람이 되리라.” 대종사는 물질이 개벽되는 때이니 정신을 개벽하자고 했다. 물질의 노예, 생각과 감정의 노예로 살지 말고, 정신을 개벽해 삼대력을 길러 부처를 이루고, 깨어서 일원상을 알았으면 파란고해의 일제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는 제도사업을 하자고 했다.

겨울에 씨를 뿌리는 사람은 죄복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고 불공을 드리는 것을 말한다. 죄복의 당처가 아닌 허망한 곳에 빌고 구하면 그 불공은 사실적이지 않으므로 반드시 실패하게 돼있다. 겨울에 여름옷 입은 사람은 옷은 입었는데 때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사람, 개인의 행복과 마음의 자유만을 위하는 소승적인 수행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앞으로 세상은 혼자서 수행하고 성불하고 끝나는 세상이 아니다. 나와 모두에게 유익을 주는 대승수행의 세상이다. 블로그, 유튜브만 봐도, 대중에게 유익을 주는 영상이 조회수가 높아 서로 이롭지 않은가. 참으로 좋은 때가 왔다.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2021년 5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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