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오 교무
강신오 교무

[원불교신문=강신오 교무]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지나면 바로 5월 16일이다. 이날이 다가오면 많은 감정들이 밀려온다. 대종사가 열반하기 전 설법한 마지막 예회날이기 때문이다. 이날의 설법이 『대종경』 부촉품 14장에 나와 있다.

1943년, 일본의 탄압이 점점 거세졌다. 모범적인 종교 지도자로 나날이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던 대종사에게 일본 정부는 일본 본토에 들어와 천황 앞에 무릎을 꿇으라는 지시를 이미 여러 번 했고, 대종사는 이런저런 이유를 핑계 삼아 그를 가까스로 피하고 있었다. 극하면 변하는 이치를 따라, 일본의 강점기는 곧 끝날 터였다. 사그라들기 전 마지막 불이 타듯 점점 더 잔인해지는 일제의 탄압에 짓눌려 일본 천황에게 가서 고개를 조아릴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일체 생령을 구하기 위해 건설한 큰 그물의 역할을 할 교단이 해방 이후 위험해질 수 있었다. 대종사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것이다.

당신이 입석하는 마지막 예회날, 대중을 둘러보던 대종사의 마음은 어땠을까. 다행히 공부길을 잡은 사람도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아직은 법보다는 대종사라는 사람의 카리스마에 끌려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머리에 일원상의 진리를 넣어주고, 당신의 삼대력을 나눠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원상의 진리는 불생불멸한 도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상으로 보면 소소영령한 인과보응의 이치를 따라 무량세계를 전개하기에 대종사는 다만 끝까지 온 힘을 다해 일원상의 진리를 전했다.

이날, 대종사는 철이 들어가는 모습을 한 총부의 아이들을 보며 당신의 뒤를 이어 개교의 동기를 실현할 사랑하는 제자들을 생각하셨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가 도를 알아 가는 것이 마치 철 없는 아이가 차차 어른 되어가는 것과 같다 하리라. 이와 같이,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고 범부가 깨쳐 부처가 되며, 제자가 배워 스승이 되는 것이니, 그대들도 어서어서 참다운 실력을 얻어 그대들 후진의 스승이 되며, 제생의세의 큰 사업에 각기 큰 선도자들이 되라…”

대종사는 참다운 실력을 얻으라고 거듭 당부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쌓이는 연륜과 경험은 중요하지만, 도가에서는 연륜과 경험 만으로 사람을 ‘스승’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참다운 실력일까? 일원상의 진리를 알아서, 일원상을 신앙하고, 일원상을 수행하는 것, 일상에서 육근을 사용할 때에 일원상을 여의지 않아 은혜를 나투는 여래위의 삼대력이 원불교에서 말하는 참 실력일 것이다. “사람만 믿지 말고 그 법을 믿으며, 각자 자신이 생사 거래에 매하지 아니하고 그에 자유할 실력을 얻기에 노력하라.” 생멸하는 물질 경계에 매하지 말고 일원상으로 그에 자유할 실력을 얻도록까지 늘 깨어있으라고, 훈련하라고 했다. 마지막 예회날의 그 간곡했던 스승님의 당부를 가슴에 깊이 새겨본다.

[2021년 5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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