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위원장 / 4대1회 설계특별위원회
김도훈 위원장 / 4대1회 설계특별위원회

[원불교신문=김도훈 위원장] 코로나19는 인류 전체의 삶에 참으로 견디기 힘든 고통을 주고 있다. 사회적 동물이라고 자부해 왔던 사람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게 됨으로써, 세계 각국의 경제가 망가지고, 종교, 문화, 스포츠 등 사람들이 만나서 벌이는 모든 사회활동이 멈추게 되면서 사람들의 삶 자체가 헝클어져 버리게 됐다.

그런 대재앙을 겪으면서 늘 암송하고 있는 일원상 서원문 ‘은생어해 해생어은’이라는 말씀의 위력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경제 전체가 망가지다시피 하는 와중에서도 오히려 비즈니스를 키워낸 기업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아도 그렇고, 초기에 고통을 많이 받았던 나라들에서 백신 접종이 빨리 진행되고, 반대로 방역에 자신감을 가졌던 나라들에서 오히려 백신 접종이 늦어지고 뒤늦게 변이 바이러스가 위력을 떨치면서 고통을 받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세상 모든 일이 인과의 이치가 일직선으로 적용되는 진급과 강급으로만 결정되어 버린다면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단조롭고 희망이 없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코로나19라는 해로움은 해로움만 낳게 될 것이고, 그런 고통의 악순환이 끊임없이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의 발전, 인간 지혜의 향상 등의 은혜로움은 더 큰 은혜로움을 낳게 될 것이지만, 그런 은혜만 반복되는 세상은 역시 단조로움을 면치 못할 것이다. 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성인들이 인도의 세계로 내려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해로움 속에서도 은혜를 찾아내고, 은혜 속에서도 해로움의 싹을 보아 경계하는 것이야말로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가는 진정한 힘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교당에서 다수가 모여 법회를 함께 보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교무님들의 조바심이 커지고 있고, 매주 법회에 참석해서 마음을 점검하고 도반들과의 법정을 나누지 못하는 교도들의 아쉬움도 커가고 있는 것은 교단이 겪어 본 적이 없는 해로움인 것은 틀림없다. 

그렇지만 화상법회를 보면서 불단의 장엄함과 교무님의 설법이 마치 나 혼자에게 베풀어지는 것 같았고, 줌단회를 하면서 단원들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그 해로움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새로운 은혜인 것도 틀림없다. 

신심이 깊은 교도라면 가끔이라도 법회에 참석했을 때 얻은 감회가 더 커지는 것도 느꼈을 것이다. 이런 마음의 변화를 잘 읽어내어서 앞으로 정상적인 법회와 단회를 하게 됐을 때, 이런 은혜를 더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미래의 세상은 더욱 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른바 4차산업혁명의 기술들이 크게 발전하면서 편리함도 커지게 되었지만, 기술이 가져오는 큰 변혁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자존감이 작아지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핵가족화가 진전되면서 사회적 소외감이 높아지게 되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게 될 것이다. 이런 큰 변화들은 사람들의 모든 삶을 변화시키겠지만 특히 신앙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큰 변화일수록 가져오는 은혜와 해로움도 커질 것은 물론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어떤 은혜를 발견해 이를 키워나가고, 어떤 해로움을 발견해 이를 경계해야 할지에 대해 모든 교단의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이런 변화에 따라다니며 그 은혜나 해로움의 노예가 되지 말고 정신을 똑바로 차려서 그런 변화를 활용해야 한다는 대종사님의 말씀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4대1회 설계특별위원회

[2021년 6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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