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익선 교무/원광대학교
원익선 교무/원광대학교

[원불교신문=원익선 교무] 선은 동아시아 불교의 꽃이다. 원불교의 가르침인 삼학수행, 견성과 성불, 무시선 등은 석존의 깨달음에 기반한 선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활불(活佛)·활법(活法)·활승(活僧)의 세계, 불법의 생활화·생활의 불법화는 이 선이 동력이다. 굳이 사상사적 계보를 따지지 않아도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자신의 마음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선불교는 비옥한 토양이다.

원불교야말로 과거 선불교를 현대적으로 계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행을 위한 법당만 있었지 불상을 모시는 불전이 없었던 초기 선종의 풍습을 원불교에서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일원상을 삶과 연결시켜 견성 성불하는 화두인 동시에 원만하게 수행하여 나아가는 표본, 우주 만유 전체가 죄복을 직접 내려주는 사실적 권능이 있는 것을 알아서 진리적으로 믿어 나아가는 대상으로 삼는다는 가르침에는 선이 정신이 그대로 드러난다.

규봉종밀이 『선원제전집도서(禪源諸詮集都序)』에서 분류한 5종선은 외도선·범부선·소승선·대승선·최상승선이다. 여기서 원불교의 무시선법은 마음자리가 본래 청정하여 깨달음과 번뇌가 없으며, 절대 해탈의 경계인 지혜의 본성이자 본래 구족한 마음이 곧 부처임을 알아 일행삼매를 행하는 최상승선과 상통한다. 

선수행의 방식에 따라 여래선과 조사선, 남종선과 북종선, 간화선과 묵조선, 단전주선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이 가운데 단전주선은 단전에 마음을 주하며, 망념을 쉬고 진성을 나타내는 공부이다. 천태지의는 『마하지관(摩訶止觀)』에서 수행 상 병환의 경계 6가지 중, 좌선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서 병이 발생하는 경우를 언급한다. 낫는 방법으로 배꼽이나 배꼽 아래 2촌 반 정도에 있는 단전의 기해(氣海)에 마음을 매는 방법을 든다.

호흡의 출입은 배꼽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쉽게 무상을 깨닫기 쉽고, 전광정(電光定, 전광석화처럼 잠시 일어나는 선정)을 얻으면서도 낫지 않는 병은 없다고 한다. 일본 임제종의 중흥조 하쿠인(白隱) 또한 『오라떼가마(遠羅天釜)』에서 내관(內觀) 수행, 즉 단전주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 그는 기해단전은 요각족심(腰脚足心, 본래면목 즉 불심)이자 본래의 자기, 자신의 고향, 자신의 마음이자 정토, 자신의 미타, 아미타불의 법을 설한다고 한다. 원불교의 단전주 선법은 이처럼 동양 전통의 단전주 선법을 계승하고 있다. 

달마의 벽관, 혜가의 요요상지, 승찬의 유혐간택, 도신의 수일불이, 홍인의 수본진심, 혜능의 무념(無念)·무상(無相)·무주(無住)가 한 마음에서 나온다. 이후 위앙종, 임제종, 조동종, 운문종, 법안종, 황룡파, 양기파 5가7종의 가르침이 다 진공묘유의 수행문으로 귀결된다. 나아가 선교(禪敎)일치, 선정(禪淨)일치 사상까지도 원불교 교의의 저변을 이루고 있다.

/원광대학교

[2021년 6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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