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오 교무
강신오 교무

[원불교신문=강신오 교무] 일이 힘든 것은 그래도 견딜만 한데, 인간관계에서 힘이 들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인연이 나와는 상생하는 좋은 인연이든지, 아니면 서로 모르거나, 적어도 서로 피해를 주지 않는 정도면 어떻게 좀 부처로 보겠는데, 나를 힘들게 하거나 나에게 피해를 주는 인연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의문이 들었다. ‘나에게 해를 끼치는 저 대상을 사은으로 신앙할 수 없으면 도대체 어떻게 수행을 한다는 말인가!’
 
그렇게 참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해보니, ‘교법의 총설’에 대종사가 우리 신앙의 대상을 명확하게 밝혀준 것이 떠올랐다. 

“…우리는 우주만유의 본원이요, 제불 제성의 심인인 법신불 일원상을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으로 모시고, 천지 부모 동포 법률의 사은과 수양 연구 취사의 삼학으로써 강령을 정하였으며…”라고 한 것이다. 

우리 신앙의 대상은 우주만유가 아니라 우주만유의 본원인 법신불 일원상이며, 제불 제성이 아닌 제불 제성의 심인인 법신불 일원상이다. 그렇다면 사은은 무엇인가? 사은은 우리가 일원상을 신앙하고 수행하며 구현해나가야 할 강령이다. 

천지은을 볼 때, 발 딛고 있는 땅과 저 푸른 하늘과 숨 쉬는 이 공기만 은혜로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은혜를 있게 한 본원인 법신불 일원상을 함께 드러내 신앙하고 수행한다. 땅도 변하는 것이고, 하늘도 변하는 생멸하는 것이다. 생멸의 천지를 통해 그 천지의 생멸을 있게 하는 본원인 법신불 일원상을 알아 신앙하고 그 은혜에 보은하는 것으로써 수행한다.

부모은을 볼 때, 나를 낳아준 육신의 부모만 은혜로 아는 것이 아니라, 그 부모를 있게 한 본원인 법신불 일원상을 함께 드러내 신앙하고 수행한다. 나를 낳아준 부모도 인연 따라 왔다가 가는 것이고, 나를 길러준 부모도,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의무와 책임을 가르쳐 주신 부모도 인연 따라 왔다가 가는 생멸하는 것이다. 생멸의 부모를 통해 그 부모의 생멸을 있게 하는 본원인 법신불 일원상을 알아 신앙하고 그 은혜에 보은하는 것으로써 수행한다. 

동포은을 볼 때, 사농공상 금수초목만 은혜로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은혜를 있게 한 본원인 법신불 일원상을 드러내 신앙하고 수행한다. 사농공상 금수초목도 끊임없이 변하고 생멸하는 것이다. 생멸의 동포를 통해 그 동포의 생멸을 있게 하는 본원인 법신불 일원상을 알아 신앙하고 그 은혜에 보은하는 것으로써 수행한다. 

법률은을 볼 때, 인도 정의의 공정한 법칙만 은혜로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은혜를 있게 한 본원인 법신불 일원상을 드러내 신앙하고 수행한다. 법률도 시대와 환경 등을 따라 생멸하는 것이다. 생멸의 법률을 통해 그 법률의 생멸을 있게 하는 본원인 법신불 일원상을 알아서 신앙하고 그 은혜에 보은하는 것으로써 수행한다.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2021년 6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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