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익선 교무/원광대학교
원익선 교무/원광대학교

[원불교신문=원익선 교무] 결사(結社)는 인간정신이 약동하는 사건이다. 새로운 종교, 역사적 운동, 결정적 혁명은 결사로부터 시작된다. 출발은 소수지만, 과정은 수많은 사람들이 응원하고 참여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다. 불토낙원의 목표를 향해 한 사람 한 사람이 동참해 뜻을 모아가는 종교는 결사다. 가장 진리적인 결사가 가장 세계적인 종교가 된다. 불법연구회의 결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불교결사의 원조는 5세기 초 정토교 개조 동림사(東林寺) 혜원(慧遠)의 백련결사다. 그는 반야대(般若臺)의 아미타불상 앞에서 승속 123명과 함께 염불삼매를 통한 서방극락정토에 왕생하기를 서원했다. 백련은 결사에 참여한 재가출가가 명리를 떠나 진흙 속에 피어있는 연꽃과 같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석가의 법이 여기에서 부흥하는 듯하였다”고 할 정도로 새벽부터 저녁까지 정진했다. 세속인들은 생업에 종사해야 했으므로 특정한 날에 모여 정진했다. 유교·도교의 속인들까지 결합해 초종교적인 면모를 보였다. 후대의 모든 결사는 백련결사를 계승하고 있다.

1190년 고려 지눌(知訥)의 정혜결사는 타락한 불교계를 질타한 파사현정의 결사다. 결사의 핵심은 『권수정혜결사문(勸修定慧結社文)』의 첫머리에 잘 나타나 있다. “공경히 들어보니, ‘땅에서 넘어진 사람은 땅을 딛고 일어나라’고 하였다. 땅을 떠나서 일어서려는 것은 옳지 않다. 일심에 미혹하여 가없는 번뇌를 일으키는 자는 중생이며, 일심을 깨달아 끝없는 묘용(妙用)을 일으키는 이는 부처이다. 비록 미혹과 깨달음이 서로 다르지만, 결국은 모두 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음을 떠나서 부처를 찾는 것은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후 원묘요세(圓妙了世)의 백련결사가 일어났고, 근대 성우경허(惺牛鏡虛)의 수선결사(修禪結社)에 이르기까지 결사는 한국불교의 등불이었다.

원불교는 불교의 결사정신에서 탄생했다. 하나의 세계를 향한 일원주의(一圓主義)를 모토로 세계를 정의와 평화의 불국토로 바꾸기 위해 결사했다. 구인제자 결성, 저축조합, 방언역사는 결사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법인정신은 결사의 백미다. 불법연구회기성조합과 불법연구회는 결사의 내용을 표방한 이름이다. 경제공동체로서 함께 사는 세상, 공존공영을 위한 민중 결사다. 남녀노소, 나이, 유식무식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열린 결사다.

결사 주제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이며, 구체적인 강령은 수신의 요법, 재가의 요법, 강자약자 진화상의 요법,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인 최초법어이다. 목표는 성불제중, 제생의세다. 이제 자본과 국가의 한계를 돌파하는 문명개벽결사, 욕망으로 파괴되는 지구를 구하는 생명생태결사, 인류의 안전과 행복을 지킬 정의평화결사가 절실하다.

/원광대학교

[2021년 6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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