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일 대성산유희장에서 열린 국제아동절 친선연환모음 광경. 과거 남쪽의 운동회 풍경과 비슷하다.
2019년 6월 1일 대성산유희장에서 열린 국제아동절 친선연환모음 광경. 과거 남쪽의 운동회 풍경과 비슷하다.

[원불교신문=정창현 소장] 남쪽에서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지만 북쪽에서는 ‘어린이들의 달’이다. 북한에는 ‘어린이 날’이 따로 없지만 6월 1일 국제아동절과 6월 6일 조선소년단창립절을 어린이들의 명절로 제정하고 각종 경축행사와 운동회를 열고 있다. 

1945년 해방이 된 뒤 38선을 경계로 나뉘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남과 북은 5월 5일 어린이날 행사를 서울과 평양에서 성대하게 치렀다. 당시까지는 남과 북의 소학교나 중학교 학생들의 머리 모양이나 복장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1949년 9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민주여성연맹이사회’에서 6월 1일을 어린이들의 국제적 명절로 제정하자 북한은 5월 5일 어린이날을 대신해 이날을 국제아동절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어린이날에도 남과 북의 분단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2019년 6월 1일 국제아동절을 맞아 대성산유회장에서 평양의 각 구역을 대표한 아이들이 줄다리를 하고 있다. (생략 가능)
2019년 6월 1일 국제아동절을 맞아 대성산유회장에서 평양의 각 구역을 대표한 아이들이 줄다리를 하고 있다. (생략 가능)
1946년 평양 소학교 소년단 회의 모습과 2019년 평양 창전소학교의 ‘학교소년단위원회’ 회의 모습. 
1946년 평양 소학교 소년단 회의 모습과 2019년 평양 창전소학교의 ‘학교소년단위원회’ 회의 모습. 

국제아동절,탁아소·유치원 아이들의 날
국제아동절에는 각 유치원에서 선발된 아이들이 평양 대성산유희장을 비롯해 주요 도시에서 북한에 주재하는 각국의 외교관 자녀들과 함께 ‘친선연환모임’을 진행한다. 해방 직후 북한지역에 소련군이 진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년단원들은 평양에 거주하고 있던 소련군 소학교 자녀들과도 자주 ‘친선 모임’을 열었다. 이러한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이외에도 탁아소와 유치원에서는 운동회, 예술공연 등 다양한 오락행사가 개최된다. 이긴 팀에는 상품으로 장난감, 그림책 등을 주는 것은 남한의 초등학교 운동회와 비슷한 모습이다.

‘국제아동절’이 탁아·유치원 어린이들의 명절이라면 ‘조선소년단창립절’은 소학교와 중학교 학생들의 정치적인 명절이라고 할 수 있다. 소년단은 만 7세(소학교 2학년)부터 13세(초급중학교 3학년) 어린이들이 의무적으로 입단하는 조직이다.

북한의 소년단은 1922년 5월 창립된 소련 소년단(피오니르, 개척자란 뜻)을 모델로 하고 있으며, 1946년 6월 6일 창립됐다. 북한에서는 1930년대 항일무장투쟁 시기 유격대 산하에 조직된 아동단에 시원을 두고 있다고 선전한다. 

소년단 입단식은 2월, 4월, 6월 등 세 차례로 나눠서 한다. 공부와 학교생활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학생들이 2월과 4월에 먼저 입단하고, 6월 6일 소년단창립일에 나머지 학생들이 일괄로 입단식을 갖는다. 붉은 스카프와 “항상 준비”라고 외치며 한 손을 들어 하는 인사는 소년단원을 상징한다. 

어떻게 보면 이때부터 ‘경쟁’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의 학부모들도 소년단 입단식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 한 번은 2월에 평양을 방문했는데, 북측안내원이 “오늘 1~2시간만 다른 곳에 갔다 와야 하는데 양해해 달라”고 했다. “어디에 가느냐”고 물어보니 “오늘 첫째 아이가 소년단에 입단하는 날이라 축하해 주러간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행사에 갔다 와서는 “내 아이가 나를 닮아서 공부를 잘해 올해 첫 번째 입단식에 참가할 수 있었다”라며 자랑했다. 

최근 북한에서도 소학교 때부터 운영되는 컴퓨터, 예술, 체육분야의 영재반에 진학시키기 위해 자녀들을 명문유치원에 보내려고 힘쓴다고 한다. 자녀들이 소년단에 입단한 뒤에는 간부로 선출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한다. 소년단 간부는 청년동맹 활동과 대학진학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1946년 5월 5일 광복 후 첫 어린이날을 맞아 평양 공설운동장에서 수만 명의 소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각종 공연을 하며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서울과 평양에서 똑같이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기념했다. 
1946년 5월 5일 광복 후 첫 어린이날을 맞아 평양 공설운동장에서 수만 명의 소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각종 공연을 하며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서울과 평양에서 똑같이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기념했다. 
2019년 6월 6일 평양에서 열린 소년단기념식 모습. 김정은체제 등장이후 기념식의 비중과 규모가 더 커졌다. 
2019년 6월 6일 평양에서 열린 소년단기념식 모습. 김정은체제 등장이후 기념식의 비중과 규모가 더 커졌다. 

소년단 입단부터 ‘경쟁’의 시작
이처럼 우수학생으로 평가를 받아 먼저 붉은 스카프를 맨 학생은 자부심을 느끼고, 가족들도 그런 아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날 가족들은 ‘특별음식’을 장만하고 가족모임을 갖기도 한다.

소년단은 형태적으로 보면 남쪽의 전교학생회 구성과 유사하고, 매주 한번 하는 학급회의와 유사하게 운영된다. 소년단 구성은 ‘학교소년단위원회’와 ‘학급분단위원회’로 구분된다. 학교소년단위원회는 교원으로 구성된 책임지도원과 지도원이 있고 학생들로 구성된 단위원장, 단부위원장(2~3명), 단위원(각 반에 1명씩) 등이 있다.

학급분단위원회는 분단위원장, 부위원장,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분단위원장은 생활총화 등 정치회의만을 담당한다. 조직부위원장은 각종모임 집합, 지각, 교복착용 검열 등과 함께 위원들의 일을 통제하며, 남쪽의 반장과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학급분단위원회별로 1주일에 한번 진행되는 생활총화는 형태는 학급회의와 비슷하지만 주로 한 주에 중심적으로 해야 할 임무를 결정하고, 지난 한 주의 생활과 맡겨진 임무(분공이라 함)를 반성하고 상호비판하는 형식으로 진행돼 차이가 난다. 북한은 소년단 가입시기부터 누구나 조직생활을 해야 하며, 소년단 활동을 통해 집단주의와 ‘생활총화’에 익숙해진다.  

2012년 젊은 나이에 최고지도자가 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소년단 행사에 직접 참석하는 등 각별히 챙기고 있다. 그는 집권 첫해인 2012년 6월 6일에는 산골과 섬마을의 소학교·중학교 대표들까지 2만여 명을 평양에 초청해 성대한 기념행사를 열었다. 그는 이날 “소년단원들은 억만금의 금은보화에 비길수 없는 귀중한 보배이며 희망과 미래의 전부”라고 표현하며, “공부도 잘할 뿐 아니라 사회주의 도덕을 잘 지키고 언제나 조직과 집단, 동무들을 사랑하고 선생님들과 웃사람들을 존경하며 체육도 잘하고 애국의 한마음으로 좋은 일을 더 많이 찾아하는 모범소년단원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2017년 소년단 창립 70주년 때도 중앙보고대회와 경축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북한은 이를 두고 최고지도자의 ‘소년중시 사상’, ‘후대사랑, 미래사랑’이 담겨있다고 선전하며, 소년단원들이 “조국의 만년대계를 떠메고나갈 믿음직한 역군으로 씩씩하게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북한에서 소년단이 창립된 지 75주년이 되는 해다. 평소 같으면 대대적인 행사가 열렸겠지만 지난해 이어 올해도 코로나19사태 때문에 행사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

■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
서울대 국사학과, 동 대학원 졸업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전문기자
북한대학원대학교와 국민대 겸임교수
(사)현대사연구소 소장 역임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정책기획위원 
민화협 정책위원 등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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