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영 중앙중도훈련원 교무

김준영 교무
김준영 교무

아픔, 슬픔, 상실의 시간들
요즘 정말 모두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회복을 못 하고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고, 그분들을 돌보다가 돌아가시는 가슴 아픈 사연들도 많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사망자 수가 387만 명을 넘어서면서 세계 곳곳에서 그 수의 몇 배에 달하는 가족, 연인, 친구들이 비통해하고 있습니다. 간호 한 번 못 해주고, 심지어 곁에 있어 주지도 못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그분들의 심정은 어떠하며, 갑작스러운 확진 판정에서 죽음에 이른 수많은 당사자들 또한 얼마나 두렵고, 외롭고, 아픈 시간을 보냈을까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살아있어도 힘들긴 마찬가지
살아있다고 해도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린 분들을 비롯해 무급휴직, 해고, 재취업, 다시 해고를 반복하며 가슴이 타들어 가는 분들, 손님이 오지 않는 가게를 접어야 하나 손해 보는 장사를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나 갈등하며 잠 못 이루는 분들, 취업만을 바라며 준비하고 취득한 자격증을 무색하게 하며 열리지 않는 취업문, 굳게 닫힌 하늘 문.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여행과 그와 연계된 사업체들의 부도 위기 등으로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닌 수많은 분들이 잠을 설치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부디 희망과 용기 잃지 마시길
일일이 언급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분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가족의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외롭고 힘겹게 돌아가신 모든 분들이 이제는 그간의 모든 고통을 다 내려놓고 편히 쉬셨다가 좋은 인연 만나 새로운 몸 받아 이 세상에 다시 오시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분들 또한 슬픔을 잊고 마음을 추슬러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건강한 삶으로 빨리 돌아오시길 기원합니다. 직장과 생계 문제로 막막한 분들 또한 하루빨리 코로나가 극복되고 경기가 회복되는 날까지 어떻게든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마시고 그 중간에라도 희소식들이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견디는 시간의 종결과 새로운 대안
이분들뿐만이 아닙니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이 거래와 만남과 사회적 활동에 제약을 받으며 위축된 일상을 보낸 지 어느새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이제는 피로도도 커지고 예외 없이 ‘납작 엎드려 견디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바람이 간절해집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합니다. 지속되는 기후위기를 비롯해 다시는 예전의 그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그래서 뉴노멀. 각종 산업, 직장 생태계가 변화하고 기존의 가치 질서를 송두리째 흔들며 새로운 가치 질서의 재편을 요구합니다.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죠. 정말 이 시기를 지혜롭게 보내며 남아있는 날들을 위해 어떤 조처라도 취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행복은 느끼는 자의 몫
그중 한 가지가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행복은 가진 자의 몫이 아니라 느끼는 자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삶이 힘겨울수록, 현실이 두렵고 막연하고 슬프고 아플수록 지금 가지지 못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관심의 방향을 바꿔 지금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서 기쁨과 만족, 감사와 희망을 발견하는 거죠.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슬픔의 날들을 참고 견디라.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인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여겨지리니.’ 
푸쉬킨의 시가 요즘처럼 와 닿는 적이 없습니다. 정말 삶이 우리를 속인다 해도 우리는 속지 말아야 합니다. 일상에 널려 있는 행복을 발견하고 찾아내고 느껴보세요.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바라지만 정작 ‘나는 행복한가?’하는 질문 앞에서는 주저합니다. 스스로 행복한지 진지하게 물어본 적도 없고, 행복을 너무 막연히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살면서 기분 좋은 어떤 느낌들은 있습니다.


마음을 열고 쉬고 깨어있으면
내 말에 귀 기울여줄 때의 기분 좋음, 누군가 건네는 한 마디 위로에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느낌, 열심히 일하고 나서 꿀맛같은 밥을 먹은 후 느껴지는 포만감과 충족감, 목표했던 일을 멋지게 해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고 느끼는 자부심, 바쁜 가운데 시간을 쪼개서 마시는 차 한 잔에서 느껴지는 여유와 평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갈 때의 설렘과 기쁨. 오래 보지 못하고 그리워했던 이를 만났을 때의 반가움, 어려울 땐 힘이 되고 좋은 일은 함께 해주는 지지자로부터 느끼는 든든함. 이런 일상의 행복이 멀리에 있지 않습니다. 마음을 열고 쉬고 깨어있으면 보이고 느껴집니다. 


모든 것은 지나갔다
돌아보면, 모든 것은 지나갔습니다. 눈앞이 캄캄했던 걱정과 두려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차올랐던 슬픔, 이해할 수 없고 이해시킬 수도 없었던 억울함, 해결할 기미도 없고 마땅한 대안도 없어서 걱정하며 지새던 밤들, 아파서 잠 못 이루던 날들, 사랑하는 이를 보내고 하염없이 흘렸던 눈물도 모두 다 지나갔습니다. 


선물 같은 시간
중요한 것은 상황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코로나19라는 이 힘든 시기를 다들 견뎌내고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선물 같은 시간’이라고 표현합니다. 비록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고, 해야 하는 활동들을 강제적으로 멈추게 됐지만, 그간 바빠서 돌아보지 못했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특별한 변화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내면을 들여다보니 자신을 더 알게 되고, 자기가 보이니 다른 사람들도 보이고, 다른 사람들을 알게 되니 뭔가를 하고 싶어졌다는 겁니다. 작더라도 누군가를 위해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들이 오히려 자신의 행복을 불러왔다는 거죠. 


사람은 타인에 영향을 받는 사회적 동물 
마음을 열고 세상을 둘러보면 지금이야말로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가 필요하고, 서로에게도 위로와 격려, 지지와 지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남의 행불행에 영향을 받는 존재들입니다. 결코 혼자서는 잘 살 수가 없죠.
코로나로 더 부자가 됐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꺼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선행을 실천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정말 눈을 크게 뜨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에 관심을 갖는 일이 결국 우리 모두가 이 어려운 시기를 넘기고 행복한 세상을 열어갈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입니다.


고통은 우리의 성장을 위한 자양분
비록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흔들리지 말고, 압도당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죽을 것같이 힘든 순간도 시간이 해결해 주기도 합니다. ‘죽지만 않으면 어떤 고통도 우리의 성장에 밑거름’이 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족이나 불평, 좌절이나 포기보다는 이미 가진 것의 가치와 소중함을 발견하는 시선을 챙겨보면 어떨까요? 
행복을 느끼는 감성을 더 예민하게 일깨워서 당연한 거라 여겨왔을 수도 있는, 이미 일상에 널려 있었던 것들로부터 더 많은 기쁨과 감사, 소중함, 든든함, 흐뭇함, 설렘, 반가움, 포만감, 충만감, 고요함, 평화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흔들릴지언정 무너지거나 아프지 말길
어떤 경계로 힘들고 흔들리는 일은 있어도 부디 무너지지 마시고, 아프지 마시고, 희망을 놓지 말기 바랍니다. 필요할 경우 평소 가까운 사람들에게 도움도 요청하고, 불가능한 일이라 여기던 일에 도전도 해보셨으면 합니다. 경험 많은 사람의 지혜는 힘이 있습니다. 어떤 막막하고 두려운 경계라도 온전한 정신으로 길을 모색하다 보면 길은 열립니다. 

지금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과 불평과 원망보다는 지금 일상에 널린, 보잘 것 없이 여겼을 수도 있는 사소한 것들로부터 감사와 행복을 발견하고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만들어가길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힘내세요.

/중앙중도훈련원

[2021년 7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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