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오 교무
강신오 교무

[원불교신문=강신오 교무] 얼마 전 대산종사의 ‘기원문결어’로 하루에 네 차례 정진을 하고 있다는 선배 교무의 이야기를 들었다. ‘일상원 중도원 시방원’을 외우며 일원상의 진리가 가슴에 모셔지고, ‘대종사님의 일대경륜 제생의세’를 외우며 대종사의 제생의세 경륜을 나의 경륜으로 해 살리라 다짐한다는 선배 교무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생각해보니 주변의 많은 이들이 ‘기원문결어’로 정진하고 있다. 대산종사는 시자나 방문객들이 오면 늘 ‘기원문결어’를 외우도록 했다고 한다. ‘세상은 한 일터. 개척하자 하나의 세계’ 하고 마치면 대산종사는 다시 ‘기원문결어’의 시작인 ‘일상원’을 외워 다시 처음부터 외우기를 수백 번 했다고 전한다.

문득 의문이 든다. ‘왜 교리도는 이렇게 외우고 연마하는 사람이 없을까?’ 생각해보니 당장 나부터도 기도 후면 언제나 ‘기원문결어’를 외웠지, ‘교리도’를 외우거나, ‘교리도’를 가지고 정진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눈을 감고 ‘교리도’를 그려봤다. 이럴 수가. 정확하게 그려지지가 않았다. 너무 쉽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혹시 『정전』 교의편의 순서를 아는 것으로 ‘교리도’를 감히 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원기28년 1월, 대종사는 새로 정한 표어인 ‘처처불상 사사불공’, ‘무시선 무처선’과 함께 ‘교리도’를 발표했다. 원기28년 1월이면 대종사 열반에 들기 불과 5개월 전이다. 부촉품 7장에는 이날 대종사가 ‘교리도’를 발표하며 한 말씀이 기록돼 있다. “내 교법의 진수가 모두 여기에 들어 있건마는 나의 참 뜻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꼬.” 

대종사는 당신이 친제한 교법의 진수가 이 ‘교리도’에 모두 들어있다고 했다. ‘모두’. 나는 대종사께 전해 받은 이 ‘교리도’를 통해 과연 얼마나 교법의 진수를 맛보았는가. 나는 ‘교리도’를 통해 대종사의 참뜻을 알았는가.

만약 예수가 산상수훈을 설하기 전 준비하며 직접 쓴 글이 발견된다거나, 부처가 직접 쓴 경전이 발견된다면 어떨까? 제자들의 어록으로 남겨진 그 어떤 경전보다도 으뜸으로 여겨지며 그 참뜻을 알기 위해 부단한 노력들이 이뤄지지 않을까? 카톨릭 신자였던 내가 원불교를 만나 놀랐던 것 중 하나는, 교조의 친제 경전으로 신앙하고 수행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살면서 못하는 영어 때문에 주눅이 들지만, 그래도 내가 그 누구보다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것은 대종사의 친제 경전이 있다는 것과 이를 원어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종사 교법의 진수를 알고 싶은 나는 ‘교리도’를 가지고 기도하고, 정진하기로 한다. ‘일원상. 일원은 법신불이니…’ 처음부터 막힌다. 법신불은 무엇인지, 우주 만유는 무엇인지, 본원은 무엇인지, 제불 제성은 어떤 분들이신지, 심인이란 무엇인지, 일체 중생은 무엇을 이름인지, 본성은 무엇인지. 참으로 두리뭉실하게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아진다. 다시 공부 시작이다.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2021년 7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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