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오 교무
강신오 교무

[원불교신문=강신오 교무] 2019년 겨울, 유응범 대호법과 김법인 대호법의 희사로 간절히 염원하던 미주선대 신규 캠퍼스 건물을 사게 됐다. 총장인 김복인 교무는 봉불식을 준비하기 위해 뉴욕교당 신은진 교도(이하 ‘은진님’)를 봉불식 준비팀에게 소개해 줬다.

은진님이 우리에게 처음으로 부탁한 일은 원불교와 미주교화, 미주선대의 역사와 그와 관련한 이미지들이었다. 고교총간과 100주년 총람을 보내놓고, 중앙총부 기록물관리실에 가서 어마어마한 양의 자료를 가지고 와서 파일을 넘겼다. 고교총간과 총람을 하나하나 전부 읽어 본 그녀는 곧 원불교 이미지들과 영상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몇 주가 지난 추운 겨울 어느 날, 난방도 안되는 아직 텅 빈 건물에 우리를 모아놓고는 포트폴리오를 내놓았다. 첫 페이지의 제목은 ‘Origin (근원)’이었다.

원불교 근원성지인 영산과 대종사와 구인선진들의 창립정신을 미주선대에 구현해, 근본을 잊지 않으면서 교육을 통해 새롭게 피어나는 미국의 원불교를 함께 그려나가자고 이야기하는 은진님을 보며 우리 모두 함께 눈을 빛내고 마음을 모았다.

오늘 법당에 법신불 일원상을 모셨다. 자르지 못할 것 같던 법당 가운데 큰 기둥 두 개를 고생해서 자르고 다시 아이빔을 대고, HVAC을 설치하고, 열리지 않는 창문을 뜯어 새 창을 내고, 벽을 뚫어 밖으로 데크를 설치하고, 일원상을 봉안할 벽을 만들고 정성스레 불단을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홍현두 교무가 아름다운 일원상을 제작했고, 교육부 식구들은 일원상을 정성을 다해 포장해 미국으로 보내줬다. 겹겹이 곱게 싸여있는 일원상을 행여 살이 닿아 자국이 남을까 새 장갑을 끼고 조심스레 들어 벽에 모셨다.

구간도실의 가운데도 완성이 됐다. 군사용 시설이라 바닥도 벽도  두껍게 막혀있던 곳을 힘겹게 뚫어 문과 두 창문을 내었다. 부서진 시멘트 덩어리들로 가득했던 버려진 바닥 공간에 탄탄하게 기둥을 설치하고 데크를 놓았다. 지저분한 벽을 정리하고 새로 칠하고, 가운데 사이즈만 이곳에 맞춰 줄인 구간도실을 완성했다. 위로 올려다보는 푸른 하늘과 소용돌이치는 바람은 마치 영산의 그것이었다. 

업장이 녹아나는 것이었을까. 참 눈물이 많이 났다. 사실 봉불식을 코앞에 둔 지금까지도 무엇 하나 쉽게 넘어가지를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루어진 것들을 하나하나 돌이켜보면 그렇게밖에 될 수 없던 이유들이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더 나은 결과와 더불어 준비하는 우리들의 성장을 가져왔다. 우리들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이었기에 사은을 통해 역사하는 진리전에 한없이 겸손해지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건축을 통해 Origin이 갖추어졌으니, 이제 이곳을 인연한 우리에게 참 Origin인 일원상이 드러나도록 정진하면 된다.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2021년 8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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