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오 교무
강신오 교무

[원불교신문=강신오 교무] 미주선대 신규캠퍼스 글로벌 다르마 빌딩에서는 봉불식을 앞두고 마지막 2층 소법당 공사가 한창이다. 2층 소법당은 1층의 구간도실에 이어 영산의 대각전을 재현하기로 하고, 한지와 목공 전문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해심 교도와 금속공예가 김경환 작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학교를 둘러보며 일원상과 진공묘유와 인과보응이 바로 여기에 있음이 보인다. 처음 본 그 텅 비고 고요한 건물은 그 자체로 일원상이다. 텅 비어 있으므로 모든 상대가 끊어지고, 고요해 계교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없기에 말이나 생각으로 규정지을 수 없다. 정산종사는 ‘법어 원리편 2장’에서 ‘일원상의 원리는 모든 상대가 끊어져서 말로써 가히 이르지 못하며 사량으로써 가히 계교하지 못하며 명상으로써 가히 형용하지 못할지라 이는 곧 일원의 진공체’라고 했다.

그 비어있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건물에 원불교가 인연이 돼 초기교단의 정신이 리모델링을 통해 구현되고, 교육을 위한 공간들이 들어섰다. 원불교 개교의 동기를 실현하는 큰 틀 안에 각자의 자리에서 미래를 꿈꾸는 교직원과 학생들을 본다. 고요하던 내 마음도 묘하게 설레고 두렵기도 하도 두근거린다. 정산종사는 ‘그 진공한 중에 또한 영지 불매하여 광명이 시방을 포함하고 조화가 만상을 통하여 자재하나니 이는 곧 일원의 묘유’라고 했다. 

원불교 재가출가 교도들의 염원과 정재가 모여 만들어진 이 학교에서 이안봉불식을 하고 이사를 하고 나면, 다시 수많은 인연들이 학교를 드나들며 가랑비에 옷 젖듯이 알게 모르게 이 법에 물이 들 것이다. 그 속에서 수많은 생로병사와 오고 감과 선악의 차별과 진급과 강급이 펼쳐질 것이다. 정산종사는 ‘진공과 묘유 그 가운데 또한 만법이 운행하여 생멸거래와 선악 과보가 달라져서 드디어 육도 사생으로 승급 강급하나니 이는 곧 일원의 인과’라고 했다.

묘유와 인과가 진공체가 있으므로 운행되고, 진공체는 묘유와 인과가 있으므로 드러난다. 텅 빈 곳에 한 인연으로 시작하여 생겨나는 다른 이름의 공간들, 다른 시간들, 도무지 만날 것 같지 않은 인연들이 오가며 인연과를 짓고 받는 것이 마치 진공과 묘유와 인과가 서로 하나로 일원의 진리가 되는 것과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있는 곳 일원의 진리가 아닌 곳이 없다. 우리는 단 한 번도 일원의 진리를 떠나본 적이 없다.

잠시 학교 구간도실에 들렀다. 시멘트 쓰레기로 가득하던 공간이 이제는 미국 땅에 있는 내 마음속 영산성지 구간도실이 되었다. 잠시 눈을 감는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영산에서 맞던 그 바람 같다.

‘영산춘풍 다시 불어 우담발화 꽃이 피니 악도중생 건지고자 대종사님 나시었네(『성가』 6장).’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2021년 9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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