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 교무
김경일 교무

[원불교신문=김경일 교무] 팔조는 모든 일을 성공으로 인도하는 여덟 가지 조건을 말한다. 팔조는 크게 진행(進行) 4조와 사연(四捐) 4조로 구성된다. 진행 4조는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의 요소 4가지를 말하고 사연 4조는 진행을 방해하는 4가지 요소로서 버릴 사(捨) 버릴 연(捐)자를 써서 사연 4조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으로 보인다. 

수행에 있어 삼학은 수레와 같은 것이라면 진행 4조는 원동기이고, 사연 4조는 그 추진을 방해하는 조건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그중에 진행 4조는 신(信), 분(忿), 의(疑), 성(誠) 등 4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신(信)은 믿음이다. 믿음은 모든 일을 이루고자 할 때 마음을 정하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삼학 수행만이 아니라 어떤 일을 이루고자 할 때 우선 믿음이 있어야 한다. 가령 과학자가 어떤 가설을 세우고 주장하는 것도 이것을 증명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있어야 하고 철학자가 나름의 명제를 설정하고 어떤 법칙이나 원리를 탐구하는 것도 나름의 신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우리가 삼학공부를 진행할 때에도 삼학공부에 대하여 마음을 정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성공 할 수가 없다. 마음에서 하면 된다는 정(定)해진 마음이 없는데 여기에서 어떻게 분발과 정성심이 나와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 우리가 종교에 입문해 진리를 얻어나가는 것은 오직 신(信)의 여하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내 생각에 검은 것이라도 경전이나 스승께서 이것은 흰 것이라고 하면 희다고 믿어야 한다. 맹목적으로 믿으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내 생각과 주견을 놓고 그러나 내 눈에는 검다고 보이는 데 이것이 무슨 까닭인가 하고 탐구해 들어가는 것이 수행의 기본이다. 

천 길이나 되는 우물 속 약수를 열 길 밖에 안 되는 두레박으로 물이 없다고 단정하면 그 약수의 존재를 알 길이 없다. 서가모니 부처님은 득도 전에 인간사의 무상(無常)에 대해 번민하면서도 그 어떤 진리가 있을 것을 믿었으므로 설산고행을 멈추지 않았다. 예수 역시 참 하나님이 계실 것을 믿었으므로 황야를 방황하면서도 마침내 그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대종사도 7세부터 온갖 자연현상과 인간사에 대하여 의심이 있었으나 그 근원이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으므로 숱한 고행을 거쳐 마침내 대각을 이루신 것이다. 우리는 대종사의 대각에 힘입어 『정전(正典)』을 내어 주셨으므로 일단 그 말씀을 따라 마음에 털끝만큼도 의심이 없이 믿는 것이 신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일원상 진리에 대하여, 삼학의 결과에 대하여, 인생의 참 원리에 대하여 깊은 공부를 이루기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입문하자마자 바로 깊고 크고 바른 신심을 바로 내는 것은 쉽지 않다. 만일에 곧바로 정법에 신심을 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전생의 수승한 근기일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깊은 신심이 아니다하여 절망할 것은 없다. 작은 신심을 가지고라도 믿음을 가지고 공부하다보면 믿음만큼 알아진다. 또 안 만큼 믿음이 커진다. 그렇게 깨달음도 믿음도 점차 커나가는 것이다. 불보살 성현도 작은 믿음이 자라서 그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믿음이 중요하다. 믿음은 거짓이 없고 사량 계교가 없고 순수하고 진실한 마음이다. 

진리와 법과 회상과 스승에 대하여 두 마음 없이 받드는 것이 신의 참모습이다. 이것이 도가에서 신심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이유다.

/원불교대학원대학교

[2021년 9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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