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허 교무
문향허 교무

[원불교신문=문향허 교무] 오랜만에 보는 가을햇살이 눈부시다. 오는 9.29선거 이후 우리 교단은 어떤 모습일까? 

며칠 전 원로교무님과 통화를 했다. 원로교무는 “이번 일은 3대 말을 넘기고 4대를 열기 위해 일어난 것이다. 대산종사께서 3대 목 넘기기 힘들다고 하셨다”면서 “진리관 교단관 교법관 주세불관을 확실히 세워 대신성 대단결 대참회하면 반드시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4대가 원기109년부터 시작하는데 그 해가 불법연구회 창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니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라며 3년간 잘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 수위단원이 해야 할 일은 단연코 ‘교단혁신’이다. 대종사는 불교혁신을 주장했는데 이제 우리는 원불교혁신을 해야 하는 처지다. 혁신은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된다. 기득권을 놓아야 하고 길들여진 관행을 과감히 던져버리겠다는 공감과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궈라’는 말이 있겠는가.

과연 새 수위단원이 그것을 감당할 실력과 맷집이 있을까. 물론 우리는 오래전부터 교단 설계를 꾸준히 해왔다. 3대만 해도 ‘교단 제3대 설계보고서’에 따라 ‘종합발전계획’을 완벽에 가깝게 세웠지만 실행과 결과는 미치지 못하는 우를 계속 범하고 있다. 2회 계획만 해도 10대 전략교화과제를 정의하고 95대 실천과제를 설정한 후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지만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이 있는가.

교화현장에 나와 보니 우리가 신앙이 약하다고 호소한다. 분명 대종사는 자타력 병진이라는 최고의 신앙을 제시했건만 왜 우리는 신앙이 약하다고 호소하는 걸까. 나는 우리가 너무 무미건조하게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내 안에 살아계시는 법신불에 대한 강렬한 신앙체험에 눈뜨게 하는 일이 교단 혁신의 첫 번째 과제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역동적인 진리관이 서질 때 진리와 하나 되려는 수행이 서지고 이에 따라 주세불관 교단관 교법관은 저절로 세워진다.

그러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 기준은 교단 경쟁력을 어떻게 하면 끌어올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여기에 야합이나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그렇게 된다면 이제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널 수도 있다.

원기95년 좌산종법사는 ‘밖으로 미래로 사회로 세계로’ 법문을 슬로건으로 제시했다. ‘내부문제는 다 해결됐으니 이제 밖으로 미래로 나아가자’는 진취적인 말씀이었다. 그때 필자는 종교가에서 ‘밖으로 미래로’를 강조하기보다 안으로 현재로 미래로 세계로’로 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뒤늦게 교화대불공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경쟁력은 회복하지 못했다. 오히려 해결됐다는 내부 문제가 곪아 터진 것이 이번 사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번 일은 그간 우리의 모습을 냉정히 돌아보고 시대화 생활화 대중화의 기치를 새롭게 정립하라는 진리의 메시지 아닐까.

결국 혁신은 공부하는 교단으로 돌아가는 것이 근본이다. 스스로 공부해 내 안의 법신불을 체험하고 자기제도 하는 것이 최고의 교무 능력 향상이요, 복지향상이다. 다른 사업은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공부풍토 조성하는데 최고의 가치를 두자. 

우리의 신앙과 수행 전반에 대해 깊이 있는 대안을 마련하자. 그러려면 일원상부터 정기훈련 11과목과 상시훈련법에 대해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각론이 나와야 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총집결해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데 선택과 집중을 기울이자.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메타버스에 과감하게 뛰어들자. 

그리하여 원불교가 이번 일을 계기로 뭔가 꿈틀거리고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기운과 정성을 합하자. 

/일산교당

[2021년 9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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