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허 교무
문향허 교무

[원불교신문=문향허 교무] 나는 젊을 때 프로야구를 좋아했다. 원하지 않치만 연패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한때는 잘 나가던 팀이 연패의 늪에 빠지면 10연패 20연패로 끝도 없이 이어진다. 당연히 선수단에는 초비상이 걸린다. 감독은 물론 선수, 팬 모두가 ‘오늘도 패배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에 어이없는 실수를 하게 되고, 선발투수들도 초반 대량실점을 하면 거의 포기하는 게임을 하기 일쑤다.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감독의 무능을 질타한다. 이쯤 되면 맨 처음 하는 일은 코치진을 교체한다. 1군 코치와 2군 코치를 바꾸는 것이다. 그래도 연패가 이어지면 결국 감독을 바꾼다. 

그다음 리빌딩을 선언하고 기존 선수보다 신인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팀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리빌딩은 언제 끝날 줄 모른다. 최소한 몇 년이 걸리는데 계속 진행형일 수도 있다. 그만큼 고통스럽다. 그래도 그렇게 해서 성공하여 다시 강팀이 된다. 이것이 승부의 세계이다.

우리 교단도 원하지 않지만 연패에 빠져있다. 새전서 폐기사태 이후 10연패 중이다. 이 연패를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 새 전서 폐기, 교정원장, 교화훈련부장 사퇴, 수위단 총사퇴, 선거 조작 등 이런저런 조처를 취해보았지만 연패를 막지 못하고 있다. 프로야구 같으면 감독을 교체해야 하지만 우리는 감독이 구단주를 겸하고 있어 사퇴할 장치가 없다. 그렇다면 결국 감독을 껴안고 리빌딩을 선언하는 수밖에 없다. 

촛불정국에서 국민의 정치의식이 깨어났듯 우리도 자유게시판의 치열한 논쟁을 거치면서 최소한 종법사의 권위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던 수준에서는 벗어났다. 이것이 우리가 얻은 값비싼 대가이다. 만약 잘못된 것을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지나갔다면 우리는 여전히 환상 속에서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깨어있는 집단이다. 
원기84년 교헌개정 당시 나는 이 교헌개정을 왜 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분명 잘못된 것 인줄 알면서도 ‘아니다’고 하지 못했다. 반백년기념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반대한 사람은 용기 있는 몇 사람 뿐이었다. 그땐 그랬다. 그렇게 교단 운영을 해도 벙긋하면 불경죄로 모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대중은 그것이 신심이라고 위안했다. 지금 생각하니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 가스라이팅에 빠져도 빠진 줄 모르고 살았다. 21세기가 되어도 우리는 이 제왕적 왕권시대 속에서 살아왔다. 

그렇다면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선거가 18일이니 코앞에 다가왔다. 적어도 총단회든 뭐든 대중의 의견을 수렴한 후 선거를 해야 한다. 이렇게 갈라진 상태로 선거를 해도 그 이후가 걱정된다. 그래도 선거를 강행한다면 리빌딩을 할 만한 수준이 되는 분을 뽑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천길 낭떠러지에 서 있다. 이번 일을 디딤돌 삼아 새롭게 도약을 할 것인가. 걸림돌에 걸려 좌초할 것인가. 갈림길에 있다.

혁신의 방향은 교헌개정으로 분권화, 공화제, 심층종교로 전환이라는데 공감한다. 이 새로운 틀, 미션을 수행할 사람을 뽑는 것이 과제다. 원근친소에 끌리지 말고 이 사람이 교단 혁신을 할 만한 사람인가, 바른 말을 하고 비전을 수행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자는 말이다. 문제는 현행 수위단선거 제도가 깜깜이 선거라는 점이다. 후보의 비전을 모르는데 어떻게 18명을 선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깜깜이 선거도 이번이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

그래도 나는 우리 교무들의 역량과 교단의 저력을 믿는다. 비록 우리는 박 터지게 싸울지라도 한 사람도 내치지 않는 전통을 가지고 있고 품어줄 수 있는 아량을 가지고 있다. 누가 뭐래도, 어떤 상황에도 원불교 교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혁신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선거에 임하자. 그것이 대종사님께 보은하는 길이다.

/일산교당

[2021년 10월 11일자]

키워드

#혁신 #원불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