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선 교무
홍대선 교무

[원불교신문=홍대선 교무] 아침마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커피를 내린다. 커피 향이 사무실에 가득해지면 선생님들도 향이 좋다는 말을 건네고, 커피 한잔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일과를 시작하게 된다. 이후 커피를 내린 기구를 씻다 보면 큰 이물질이 흘러 물길을 막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거름망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온다. 평소 큰 이물질은 거름망에 들어가기 전에 치우며 설거지를 하지만, 작은 이물질은 ‘거름망 사이로 흘러가겠지’란 나의 관념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 거름망에 쌓여 물길을 막고 싱크대에 물이 차게 되는 원인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삶에서도 큰 이물질과 같은 큰 역경은 쉽게 느끼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삶 속에 자연스레 묻어 있는 순경은 작은 이물질과 같아 문제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어 나도 모르게 죄를 짓고 마음의 통로를 천천히 막아 버리게 된다.

정산종사는 순경을 “내 마음을 유혹하는 경계”라 했다. 또한 유혹은 ‘꾀어서 정신을 혼미하게 하거나 좋지 아니한 길로 이끎’이란 의미로 필자는 순경을 달콤한 경계로 말하고 싶다. 달콤한 경계이기에 그때그때 순경을 해결하지 못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마음은 천천히 혼탁해져 큰 역경보다 더 큰 위기를 스스로 다가오게 하거나 만들게 된다. 그러므로 달콤한 경계인 순경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을 높이고 배우기를 좋아하는 하심(下心) 공부가 늘 삶에 함께해야 한다.

또한, 낮은 자리에서 모두를 위해 희생하는 삶보다 높은 자리에서 명예를 통해 드러나는 삶을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처럼 누구든 “성불(成佛)”을 말하기는 쉽다. 말로만 성불을 외치고 실제로는 자신 외에 다른 것은 인정하지 않는 성불(成不)의 길을 걷는 사람은 어느 순간 자신이 지닌 작은 자리와 명예도 사라지는 것을 알고 심행을 바르게 해야 한다. 하심(下心) 공부를 통해 더불어 사는 성불(成佛)의 길을 걸으며 자리와 명예가 찾아올 때 함께 오는 망념을 하심(下心)으로 만든 하수구(下修俱)에 흘려보내는 공부를 지금부터 해보자.

/훈산학원교당

[2021년 9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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