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심 교무
이성심 교무

[원불교신문=이성심 교무] 보통 어려운 시기를 난세라 한다. 난세에 빠졌거나 휘말리게 되면 번뇌가 많아지게 된다. 이럴까? 저럴까? 어떻게 해야 할까? 어찌할 바를 모르기 때문에 각종 번뇌로 가득 차게 된다. 번뇌가 극에 달하면 다양한 망상으로 자포자기의 염세증도 생긴다. 그래서 정신수양과 명상 등으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대종사께서는 난세를 살아갈 비결로 시 한편을 소개 하셨다. ‘강강함은 재앙의 근본, 말하기는 어눌한 듯 조심히 하고, 급할수록 그 마음을 더욱 늦추고~, 이대로 행하면 늘 안락하리라.’(인도품 34장 요약) 사실 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이 법문을 새기며 생활한다. 그래서 마음에 있는 말들 다 내 놓지 않는 것이 습성화되어 있음직하다. 또 하나 여리박빙(如履薄氷) 법문이다. ‘사람이 세상에 나서면 일동일정을 조심하여 엷은 얼음 밟는 것 같이 하여야 인도에 탈선됨이 없을 것이며, 그러므로 공부인에게 계율을 주지 않을 수 없다 하노라.’(교의품 25장)  


자신의 신앙 수행에 있어서는 계율이 지켜주고, 행정이나 공사를 하는데 있어서는 각종 규정 등 법률에 따라 행하는 것이 마땅히 그 직을 원만하게 마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말로 각 단체마다 ‘국룰(國rule)’에 따르면 되는 것이다. 국룰은 국민 대다수가 널리 받아들이는 규칙이다. 


우리 교단의 국룰은 무엇일까? 교법 전체가 개인의 경계 따라 마음공부로 적용되고 있다지만 교단사에 있어서는 헌규에 위배됨이 없이 이 국룰은 적용되어야 한다. 즉 재가 출가교도 대다수가 널리 받아들이는 규칙이 행해져야 한다는 의미다.


8월과 9월에 행해진 교단의 수위단원 전원사퇴와 보궐선거 등에 따른 현상을 보고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 안영의 ‘장단과 동조’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는 장단을 맞추는 것은 조화를 뜻하는 것으로 서로 다른 것들이 모여 이루어진다고 했다. 비유하면 양념, 소금 등을 넣어 지나치거나 모자람 없는 국물 맛을 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사람의 관계에서도 쓴소리 된소리 좋은 소리를 해주는 사람을 곁에 두라는 것이다. 그 모든 소리를 참고해야 원만한 취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수의 지도자들 중에는 동조하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의견에 무조건 찬성하는 사람, 자신의 행동을 무조건 칭찬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만족해한다. 그러다가 큰 일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사실이다. 

우리들은 상대에게 장단을 맞추는 편인가 동조하는 편인가? 지혜로운 사람은 동조하는 이보다 조화로운 사람을 곁에 둔다. 그리고 평소 여러 세대와 어울려 회화를 하거나 문답으로 다양한 의견 접하기를 즐겨한다. 그래야 동떨어진 판단이 아닌 지혜로운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곧 수위단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차후 보궐임기에 당선된 수위단원과 교단 간부급에 소박한 바람을 전해 본다. 장단을 맞춘 화합의 소리가 나는 취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교단의 헌규나 국룰에 따라 모든 일이 제대로 작동되어야 한다. 보궐선거과정에서 불미스럽게 행해진 문제들은 교단의 지도부 신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헌규나 국룰에 맞는 대중이 신뢰할 수 있도록 명명백백한 투명한 행정을 해야 한다. 


대종사께서 처음 교화하실 때 아홉 제자에게 말씀 하셨다. ‘인도는 인의가 주체요 권모술수는 그 끝이니, 근래에 그 주체가 위(位)를 잃고 권모술수가 세상에 횡행하여 대도가 크게 어지러운지라, 우리가 이때에 먼저 마음을 모으고 뜻을 합하여 나날이 쇠퇴하여 가는 세도(世道) 인심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니,’(서품 5장)  
다시 준법지계의 죽비를 들고 창립정신으로 뜻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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