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심 교무
이성심 교무

[원불교신문=이성심 교무] 침잠의 계절엔 기도가 최고의 신앙·수행 공부길인 듯하다. 요즘은 교도들과 반백일 기도를 하며 ‘더 나은 다음 생을 위한 웰다잉 공부’를 하고 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하는 생사연마 공부는 지도를 놓고 해탈 자유의 세계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스승들께서 말씀해주신 천도품, 생사·거래편 지도로 육도윤회의 과거·현재·미래생을 환히 볼 수 있어 즐겁다.

기도 24일째, 한국전쟁 중에 참변 당한 영가들에게 정산종사가 해 주신 법설이다. “여러 영가는 과거에 잘 지냈거나, 잘못 지냈거나, 원통했거나, 억울했거나 간에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고 오직 조촐한 마음과 상생의 대도로써 완전한 해탈과 천도를 얻어서, 선도 낙지에 웃음을 머금고 출현할 지어다.” 마음이 환해진다. “웃음을 머금고 다시 오라”는 당부의 법설에서 체증이 내려가는 듯 마음이 가벼워졌다. 무명 한 겹이 벗겨진 듯하다. 

새 마음과 환한 얼굴로 웃으면서 오려면 전제조건이 있다. 정산종사는 “마음에 원망이 없고 거는 마음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악업이 점차 스스로 소멸된다”고 하셨다. 혹 남은 죄업이 없다 할지라도 원망하고 거는 마음이 있으면 악업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원망의 경계에도 감사생활로 돌릴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있어야 한다.

교단은 올 한해 다사다난했다. 100여 년 역사에 없던 다양한 선례들을 남겼다. 그 과정에 미움과 원망심 등 마음에 상처가 남은 사람도 발생했다. 교역자간 신뢰도 깨졌고 교단 내 추진 중인 각종 교정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세대 간 이해의 폭도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인지했다. 총체적인 난국에 재가출가 구성원 간 화합의 새 기틀을 마련하고자 수위단원 보궐선거를 치렀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속담이 있다. 지금까지의 과오는 큰 선생의 가르침으로 받아들이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이제 새로운 인물로 교단 지도부를 구성했으니 재가출가 교도들이 염원하는 그 혁신의 요소들을 하나하나 추진해야 한다. 추진에 앞서 상처 난 마음을 위로하는 대화합의 메시지가 교단 지도부로부터 있어야 한다. 

또 하나 수위단회나 교정원에서 진행되는 각종 회의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다. 정산종사는 수위단회에서 “우리가 이 회를 진행할 때에 천심(天心)을 가지고 천어(天語)로써 진행해야 할 것이니, 천심 천어가 아니면 껍질 회의다”고 하셨다. 

천심 천어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정산종사는 “진리와 대종사와 우리가 둘 아닌 마음이 천심이요 그 마음 따라 발하는 말이 곧 천어니, 우리가 천인이 되어 천심 천어로써 의논을 하면 이 회상의 발전은 여반장이니라”고 정의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하나, 일심합력 해야 한다. 그래서 스승님들은 늘 그 하나 됨을 강조하셨다.

또 다른 의미로 대종사는 “대중의 마음을 모으면 하늘마음이다”고 하셨다. 즉 민심이 천심인 것이다. 하늘마음과 하늘의 말은 결국 보통의 재가출가 교도들의 의견인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대중을 이해시키지 못하면 천심 천어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교단 지도부급 회의에 임할 때는 ‘오늘 이 회의가 교도 전체에게 흡족한가? 어느 누구에게만 흡족한가?’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혹 미흡하다 생각되면 ‘왜, 무엇 때문인가?’를 더 연마해 원만구족한 회의가 되어야 한다.

현 시대는 서바이벌 사회다. 경쟁이 만연화됐다. 선의의 경쟁이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사례가 더 많다. 교단 내 각종 제도나 법규도 시대 변화에 따라 공정해야 한다. 우리에겐 법보인 『정전』, 『대종경』이 있다. 경전은 방향로를 알게 하는 지도다. 훌륭한 지도를 가졌음에도 사용 할 줄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그 일 그 일에 이 지도를 잘 활용해 화합동진의 새길로 가보자.

/둔산교당

[2021년 1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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