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허 교무
문향허 교무

[원불교신문=문향허 교무] 최근 국악의 변신이 눈부시다. JTBC의 ‘풍류대장’은 국악과 대중가요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국악이 가진 멋과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KBS의 국악마당도 예전의 천편일률적인 고리타분함을 깨고 서양음악의 수용과 창조를 통해 세계 무대를 겨냥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을 앞세운 K-POP은 이미 세계 음악시장을 접수했다. 이게 우연히 얻어진 결과일까?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한다는 생각 자체가 어디 가당하기나 한 생각이었을까? ‘오징어게임’ 하나로 K-SCREEN도 뜨고 있고, K-방역이란 말까지 나오고 건설도 K-건설이란 말을 쓰는 걸 보면 이제 한류 콘텐츠는 전 분야에서 지향해야 할 가치가 된 지 오래다. 

서두에 K-국악을 언급한 것은 K-종교와 처한 현실이 비슷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음을 강조하려는 뜻이다. K-RELISION은 정확히 말하면 K-민족종교이다. 동학 이후 이 땅에서 발생한 원불교, 천도교, 증산교, 대종교 등을 말한다. 한국에서, 한국인이 만든 이 종교들은 유불선 3교합일과 개벽사상을 공통분모로 가지고 있다. 결국 K-RELISION은 개벽과 회통이란 키워드를 어떻게 세계에 드러내야 하는가에 성패가 달려있다. 그런데 민족종교의 현 실태를 보면 아쉽기 그지없다. 과거보다 오히려 존재감이 더 없어졌고, 비교적 건실하다는 평을 받던 우리마저 시대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다가 휘청이고 있다. 세계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상실한 채 내부 문제에 매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핫한 경영 혁신론 가운데 문샷싱킹(Moonshot thinking)에 주목하자. 달을 제대로 보기 위해 망원경 성능을 개선할 것이 아니라 아예 달에 가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 ‘문샷 싱킹’의 골자다. 문샷 싱킹은 구체적인 방법론이라기보다 전략 방향이다. 회사가 그런 방향성이 있을 때라야 획기적인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우리 교단도 그런 방향성을 세우자.

종교 환경이 예전과는 다르다. 성장은커녕 현상유지도 힘들다. 청소년교화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때일수록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되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해오던 일이 아니라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유튜브를 활용하고 메타버스도 선점해야 한다. 나와 다른 의견, 다른 종교와 협업하고 전혀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담대한 혁신이라야 침체를 이겨내고 새로운 기회도 잡을 수 있다.

교단 혁신의 문제는 시대, 대중, 생활에 맞게 쿨하게 대범하게 혁신하자. 권력 배분이니 하는 구태에 매달리기보다 사고를 바꿔 K-RELISION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창조적 고민을 하자. 점진적인 개선에는 땀이 필요하지만, 획기적인 혁신에는 머리와 가슴이 필요하다. 때로는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완전히 탈바꿈하는 변신이 요구된다. 하루 10m를 기어가기도 힘든 애벌레에게 1㎞를 이동하라는 과제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그 애벌레가 스스로 나비인 것을 깨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애벌레는 나비가 되고 폭발적인 도약이 이뤄진다.

개벽의 종가라고 노래만 부른다고 개벽의 종가가 될 수 없다. 유불선 3교의 장점을 살리는 전혀 다른 ‘원불교 혁신론’이 나와야 한다. 예컨대 차원의 관점에서 보면 유교는 현실을 강조하므로 3차원, 도교는 무위자연의 체험을 강조하므로 4차원, 불교는 깨침을 강조하므로 5차원이라고 해석하면 어떨까? 원불교는 3차원 4차원 5차원의 도를 밝힌 새 종교임을 보여주는 영상을 유튜브에 꾸준히 올려보자. 개벽사상도 정신개벽 마음공부의 관계를 밝히고 삶 속에서 활용하는 법임을 드러내야 한다. ‘원불교 혁신론’으로 K-RELISION의 선두에 서서 세계를 호령하자.

/일산교당

[2021년 11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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