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오 교무
강신오 교무

[원불교신문=강신오 교무] 세상에 태어난 인간은 누구나 반드시 늙고 병들어 죽는다. 자력이 없는 상태에서 온전히 홀로 그 과정을 겪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태어날 때와 죽을 때 인간의 모습은 많이 닮아있다. 갓 태어나 이 세상에서의 삶을 시작하는 인간만큼 연약하고 성장하는데 오래 걸리는 생명이 또 있을까? 어른과 똑같은 육근만 가졌을 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숨 쉬고 울고,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것뿐인 자력 없는 생명이 어른이 되기까지는 부모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원불교에서 ‘부모은’은 낳아주신 은혜뿐만 아니라 길러주신 은혜와 인도의 대의를 가르쳐주신 은혜까지를 말한다.

자력 없이 태어나 100% 타력에 의지해 자란 생명은 나이 들어 죽어갈 때에도 100% 타력에 의지한다. 누가 나의 늙어감을 대신해서 늙어줄 수도 없고, 나를 대신해 병마와 싸울 수도 없고, 누가 나 대신 죽을 수도 없는 혼자 가는 길에 타력은 절대적이다.

대종사는 사요의 ‘자력양성’에서 이렇게 자력이 없는 어린이나 노혼한 늙은이, 혹은 어찌할 수 없는 병이 든 사람이 아니고서는 누구나 자력을 공부 삼아 양성하라고 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하나는, 내가 지금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력은 결코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사람 노릇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기 까지는 그 자력 없는 생명을 낳고 기르고 인도의 대의를 가르쳐주신 부모은을 비롯한 천지의 은혜, 동포의 은혜, 법률의 은혜가 있었다.

대종사는 자력을 공부 삼아 양성하라고 했다. 자력은 공부삼아 양성하는 것이다. 그래야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자력이 아니라 사은에 보은하는 모두를 살리는 자력이 된다. 또한 내가 자력이 없을 때 타력 입은 것을 비춰 자력자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힘 미치는 대로 자력 없는 사람에게 보호를 주자고 했다.

둘은, 몸은 어른이 됐지만 스스로 자력을 기르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결국 의존하는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부모에게 의지하고, 남편 혹은 아내에게 의지하고, 형제간에 의지하고, 자녀나 친척에게 의지하고, 남자친구 여자친구에게 의지하고, 교무에게 의지하고 교도에게 의지하고, 교단에 의지하고 나라에 의지하고, 내가 배운 것에 의지하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의지하고, 돈에 의지하고 권력에 의지한다.

의지하는 삶은 그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내가 의지하는 그 대상이 된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면 온전한 생각을 하기 어렵다. 온전한 생각을 하지 못하는데 바른 취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취사를 통해 육근으로 지은 것은 인과에 따라 반드시 받게 돼있다.

자력을 길러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자력 없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은 사은에 대한 보은이며, 복과 지혜를 얻는 길이다.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2021년 10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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