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오 교무
강신오 교무

[원불교신문=강신오 교무] 오른쪽 복숭아뼈가 검붉어지며 발목인지 종아리인지 구분이 안되도록 퉁퉁 부었다. 통증이 심해 발을 움직이지 못하고 열이 심하게 나서 결국 자리에 누웠다. 핸드폰을 열어 한 분 한 분 연락해 사정을 이야기하고 약속을 취소했다. 물 한 잔을 마시고 싶어도 통증이 무서워 몇 번을 망설이다가 일어났다.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렇게 아파서 누워만 있고서는 도무지 아무것도 할 수 없구나 싶다. 

그런데 가만 생각을 해보니 세상에 정말 내 힘으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당장 내가 누워있는 이 침대도 누군가 만들어주지 않았다면 사고 싶어도 살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먹은 음식도 누군가 밭, 농장과 과수원에서 일 년 내내 정성껏 길러 수확해준 것이다. 방금 전까지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약속을 취소할 수 있었던 것도 핸드폰 덕분이었는데, 이 핸드폰도 누군가 개발해서 만들어주지 않았다면 나는 영락없이 신용없는 사람이 될 터였다. 조금 더 들어가 침대의 나무만 놓고 보더라도, 사람이 나무를 기를 수 있다 한들 기를 땅이 없고 기후가 알맞지 않다면 나무를 얻지 못할 것이다. 나무가 있다 한들 그 나무는 누가 무엇으로 자르고, 누가 무엇으로 운반해주고, 누가 이렇게 제품으로 만들어서 나에게까지 왔는지. 전기는. 기름은. 핸드폰은. 인터넷은.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이 어떻게 생겨지고, 사용하기까지 어떻게 왔는가를 생각해보면 어느 것 하나 온전히 내 힘만으로 얻어진 것이 없다. 내가 돈을 벌어 산다지만 그 돈을 어디서 어떻게 버는지를 생각하면 그 역시 온전히 내 힘이라고 볼 수 없다.

나라는 존재도 그렇다. 이 몸, 이 육근이 없이 세상을 체험할 수 있을까. 몸이 없이 부처되는 길을 닦을 수 있을까. 낳고 길러주신 부모들이 없었다면 사람몸 받을 수 있었으며, 설사 태어났더라도 자력없는 몸이 여지껏 살아있을 수 있을까. 부모들은 또 당신들의 부모가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끊임없던 외세의 침략과 전쟁, 역병, 탐관오리들의 횡포 속에 살아남아 삶을 유전한 조상들이 없었더라면, 그들의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가 자연과 다른 생명들로부터 제공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을 것이다. 알고보면 지금의 나라는 존재를 위하여 온 사은이 동원되어온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참으로 개체 이면서 전체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은에 ‘법신불’을 붙여 ‘법신불 사은’이라고 하는 것은 변하는 자리의 사은이 불변하는 자리인 불생불멸을 바탕하기 때문이며, 불생불멸한 도는 사은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대종사는 이를 일원상으로 우리에게 알려줬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느껴질 때 그 빛을 안으로 돌이켜보자. 나의 본원인 법신불 일원상을 드러내 그 자리에 의지하고, 그 자리를 신앙하고 수행하자.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2021년 10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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