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오 교무
강신오 교무

[원불교신문=강신오 교무] 11월에 있을 오스틴 교당의 메타버스 봉불식의 일환으로 메타버스 온라인 워크숍이 열렸다. 오스틴 교당의 최영도 교무가 주관하고, 이도하 교무를 강사로 한 이번 워크숍에 한국, 미국, 남미 등에서 많은 재가출가 교도들이 매주 금요일 밤마다(한국시간 토요일 아침) 모여 공부하고 있다. 이도하 교무가 여러 가지 기술을 가르쳐주는 것을 넘어 우리가 앞으로 메타버스에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듣는 이들의 마음에 동기와 열의를 불러일으켰다.

이 교무가 워크숍에 실례로 메타버스 행사장에 불러온 것은 커다란 익룡이었다. 밖으로 산꼭대기와 구름, 도시가 멀리 보이는 허공에 유리로 디자인된 행사장 안에서는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런데 익룡에 의자를 설정하고 행사장을 통과해 하늘을 한 바퀴 돌고 오는 동선을 설정하자 아바타를 태우고 행사장 밖 하늘로 날아갔다 오는 것이다.
차례를 기다려 VR을 쓰고 익룡 위의 의자에 앉았다. 익룡이 날기 시작했다. 벽 쪽으로 날아가는데 커다란 벽에 부딪히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분명 앉아서 VR을 쓰고 있는데 온몸을 벽에 부딪히는 것 같이 움츠러들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 하늘에 떠있는 행사장이 보였고, 양 옆으로 맨하탄의 스카이라인과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가 보였다. 고요한 하늘을 날며 마음이 고요해졌다. 이따금 날개를 펄럭이며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익룡이 너무 고마워서 등을 쓰다듬었다. 방향을 틀어 행사장으로 돌아오는 용이 거센 바람을 타면서 멀미가 나기 시작했다. 몸은 VR을 쓰기 전에 앉았던 책상 앞 내 의자 위에 그대로 있었는데도 멀미 기운이 한동안 지속됐다.

우리는 육근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들을 통해 세상을 인지한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을 느끼고, 피부에 닿는 것을 느끼고, 그렇게 들어온 정보들을 먼저 나에게 좋은지, 나쁜지, 그저 그런지를 1차적으로 판단한다. 육근을 통해 들어온 감각으로 판단을 한 뒤에는 좋고 나쁜 것에 착이 생긴다. 좋은 것은 갖고 싶고 싫은 것은 버리고 싶다. 착심이 생기면 사람이 어두워진다.

그런데 메타버스 안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컴퓨터, 핸드폰 등 스크린을 통해 객관으로 바라보던 것들을 이제는 VR을 쓰고 나의 육근을 통해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이미 수트가 개발됐고 앞으로 상용화되기 시작하면, 현실과 가상공간의 차이는 더욱 무너질 것이다.

이런 세상에 마음공부는 절대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몸을 통해 업을 짓는 내 마음과 아바타를 통해 업을 짓는 내 마음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아바타를 통해 원하는 몸을 얻고, 원하는 집에서 살고, 순간이동하는 초능력을 얻었다 한들 그것을 사용하고, 그 안의 다른 이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은 결국 이 마음이다.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2021년 11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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