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도 교무
권정도 교무

[원불교신문=권정도 교무] 『정산종사법어』 응기편 2장에서는 “‘잡초가 잘 나는 밭에는 농부의 손이 자주 가야 함과 같이 변덕이 많은 공부인에게는 지도하는 공력이 더 든다’고 대종사께서도 말씀하셨나니, 이는 지도하는 이에게 편심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요, 그에게는 그만한 공력을 들이지 아니하면 버리기 쉬운 연고라, 그러므로 공부하는 이는 지도하는 이의 사랑을 저만 독특히 받으려 하지 아니하고 대범스럽게 상대하되 의리와 인정이 그 중에 있어야 하나니라.” 

영산선학대학교는 도량이 넓은데 반해 관리할 사람이 적어 제초작업이 항상 큰 일이 된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 여름에 풀이 왕성하게 자랄 때, 여름의 기운이 꺾이는 처서 이후에 풀을 깎으며, 그 외에도 풀이 너무 왕성하거나 보기 싫으면 한 번씩 예초기를 가동한다. 최근에는 이상기온 탓인지 처서가 지났는데도 풀들이 꽤 자라서 도량 관리에 품이 꽤 많이 든다.

봄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뿌리 근처까지 깎아주면 그 풀의 기운에 눌려서 잘 자라지 못하던 다른 풀들이 고루 무성하게 자라게 된다. 반면 때에 맞춰 풀을 깎아 주지 않으면 그 억센 풀들이 더 묵어서 나중에는 서너 배의 힘이 들어가므로 풀 베는 일이 고단해진다. 그저 우리는 도량을 깨끗이 관리하는 것일 뿐인데, 그 소소한 일이 정작 풀들의 세계에서는 여러 가지로 변화를 일으키는 사건이 되기도 하고,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일을 수월하게 하는 지혜를 배우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정산종사는 변덕이 심한 사람을 잡초가 많은 밭에 비유했던 소태산 대종사의 말씀을 예화를 들어 스승이 어떤 사람을 특별히 더 지도하는 것은 특별히 더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많은 공력을 들여야 비로소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쁜 습관을 오래 반복한 사람이 그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을 들여야 하듯이 수도인에게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비단 수도인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교단이나 세상도 또한 그러하다. 사람들의 마음이 타락하고 행동이 거칠어지며 부조리와 부도덕이 일어날 때 도덕운동의 실천을 펼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을 골라주고,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일 그 시기를 놓치면 사람들은 도덕의 무능함을 비웃으며 더욱 타락하여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죄악의 구렁에 빠져들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교단과 세상의 모습을 보면 많이 거칠어지고 억세진 것이 딱 도덕의 예초기 한 차례 돌릴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왕성하게 올라오는 잡초같은 사람들을 부도덕하다 탓하지 말고, 도덕의 예초기로 잘 다듬고 거친 사람들도 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잘 골라줘야 할 것이다. 누가? 우리가 다 함께 할 일이다.

/영산선학대학교

[2021년 11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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