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도 교무
권정도 교무

[원불교신문=권정도 교무] 『정산종사법어』권도편 6장에서는 “이 세상에 여러 가지 원 가운데 사홍서원은 가장 큰 원이니, 먼저 중생이 가 없으나 맹세코 제도하려는 원을 세우고, 그 원을 실현하기 위하여 번뇌를 끊임없이 닦으며, 법문을 성심껏 배우며, 불도를 영생토록 닦고 또 닦으면 결국 성불제중의 대원을 성취하리라”라고 했다.

사홍서원은 대승불교에서 모든 보살이 육바리밀의 수행을 통해 안으로는 자신의 깨침을 추구하며 밖으로는 일체의 모든 생명을 제도하겠다는 큰 서원을 말한다. 대승불교를 계승하는 모든 신앙인과 수행인들은 이 사홍서원을 기본 덕목으로 가지므로 이를 보살의 총원(總願)이라 부른다. 이에 대해 보살들이 각자의 처한 자리에서 중생 구제를 위해 별도의 원력을 세우고 그것을 삶 속에서 실천해 가는 것을 별원(別願)이라고 한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사홍서원의 네 가지 중 ‘무한한 중생을 다 구제하겠다’는 첫 번째 서원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가지 서원은 대승에서 비판한 소승의 불교도들도 똑같이 지니는 덕목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처님의 법문을 배워 번뇌를 끊고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가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승불교는 모든 중생을 고통의 세상에서 구제해 피안의 깨달음 세계로 인도하겠다는 원력을 세우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 된다. 그리고 이 원력을 실천하기 위해 번뇌를 끊는 수행이나 부처님의 법문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며, 그러한 원력의 실천이 비로소 보살을 완전한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한다.

사홍서원이 불교의 신앙과 수행에 끼친 변화는 매우 크다. 과거 수행자들은 중생이 번뇌만 깨끗하게 제거하면 부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대승보살도에서는 깨달음이라는 허황된 실체가 있다는 관념을 버리라 했고, 또 깨달음을 개인의 수행에 의지해서만 이룰 수 있다는 관념도 버리라고 했으며, 중생을 떠나서 부처가 있을 수 없으니 중생이 곧 부처요 번뇌가 곧 깨달음이라는 경지로 나아간다.

소태산 대종사의 ‘처처불상 사사불공’은 이러한 대승보살도의 정신을 이어받은 것이다. 물론 이 정신은 모든 존재가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를 맺는다는 ‘은혜’의 연기법(緣起法)을 근간으로 한다. 그러므로 대종사는 개인의 깨달음을 위해 수행에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중생이 본래 부처임을 알고 그들이 나를 살려주는 은혜임을 알아서 항상 모든 중생을 부처로 모시고 섬기는 것이 곧 깨달음의 삶임을 가르쳐 주신다. 은혜의 실천으로 모든 중생이 더불어 깨달음의 세상을 살아가자는 것이 원불교의 교화다. 그러므로 원불교 교화는 바로 지금 이곳에서 서로가 서로를 부처로 모시는 삶이 실천되고 체질화될 때 비로소 꽃을 피울 것이다.

[2021년 11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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