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엽 교무
유정엽 교무

[원불교신문=유정엽 교무] 젊은 교도 한 분이 가끔 “우리 교당의 원로님들처럼 나이를 먹고 싶다”라고 말씀한다. 좋은 성품을 타고 태어난 사람이 좋은 가르침으로 공부를 하면 얼마나 좋은 사람이 되는지 표본 같은 분들이다. ‘감사생활’이라는 단어로 포괄할 수 있지만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인다. 뵙기만 해도 경(敬)이라는 글자가 떠오르는 분, 항상 웃는 모습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노력하는 원로님, 늘 감사와 기쁨으로 사는 어른과 같이 말이다. 

더욱 감복하게 만드는 것은 이분들이 그저 평탄한 삶이 아니라 병고(病苦)와 가까운 사람들의 불행과 같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에도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감사생활’은 ‘고통 껴안고 행복하기’라고 생각한다. 

‘인과보응이 음양상승과 같이 된다’라는 말은 원불교의 독특한 가르침이다. 보통 인과의 원리가 낮과 밤이 이어지듯 순환무궁하게 전개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은생어해 해생어은’의 구절과 함께 보면 조금 더 깊이 있는 해석이 필요하다. 외래종교로 중국에 전래된 불교가 변화를 설명하는 방법이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의 인과설이었다면, 전통적인 중국의 사상은 모든 것이 극에 달하면 변한다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의 음양론이다. 음부경에서 연유한 ‘은생어해’를 인과론식으로 표현하면 ‘선인악과(善因惡果) 악인선과(惡因善果)’로 인과론과 정반대로 변화를 말하고 있다. 변화의 원리에 대한 정반대의 인식은 불교와 유교간 오래 지속된 논쟁의 핵심주제였다. 

이렇게 대립하던 두 가지 사상이 소태산 대종사에 의해 통합되고 그러한 통합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먼저 복잡한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이다. 우리는 현실에서 선한 의도의 행동이 때로 정반대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과, 비슷한 원인과 조건에도 다양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경험하며 인과의 세계관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소태산 대종사는 인과품 2장에서 “우주에 음양 상승(陰陽相勝)하는 도를 따라 인간에 선악 인과의 보응이 있게 되나니… 인간의 일도 또한 강과 약이 서로 관계하고 선과 악의 짓는 바에 따라 진급 강급과 상생 상극의 과보가 있게 되나니, 이것이 곧 인과 보응의 원리니라”라 했다. 수직적으로 과거·현재·미래의 삼세인과가 호리도 틀림이 없는 것이지만, 수평적으로 현실에서는 음이 극에 달하면 양으로 변하는 것과 같이 서로 상생상극의 영향력을 주고 받으며 때로 선한 행동에도 불행이 댓가로 주어지는(善因惡果) 무수히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가 된다고 말씀한 것이다. 

개인의 삶에서도 중요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은혜가 극에 달하면 해독으로 바뀐다면, 우리가 행복을 구하는 것은 또한 고통도 함께 구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고통이 없는 행복이 아니라, 고통을 껴안고도 자기 삶이 행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삶에서 겪는 수많은 일에서 그 안에 담긴 이치를 연마하고 마음을 다잡고 돌리며 행복해지기를 연습하고, 마침내 무루의 업으로 고와 낙을 초월한 지극한 자리에까지 도달해야 할 것이다.

교단과 종교의 미래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을 하다가도 교당의 어른들을 뵈면 기분이 좋아진다. 후천개벽의 주세 교단이라는 엄청난 구호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가르침이 행복한 사람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라는 작은 희망이 생긴다. 

교도님들도 그 모든 아픔에도 바로 서있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힘을 얻는다고 한다. 우리 신앙의 공동체로서 교당이 필요한 이유를 확신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나와 우리 교단이 바로 서서 세상에 희망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양평교당

[2021년 11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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